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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칼럼>40대가 바라보는 세상-낙태죄에 관한 소고

기사전송 2017-12-25, 20: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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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전대구시시의원3-다시
윤성아(이학박사, 전 대구시의원)


여성의 인권과 태아의 생명권의 단순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를 떠들썩하게 만든 낙태죄(墮胎罪) 폐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낙태’라는 단어자체가 주는 두려움 속에 ‘죄’가 붙어 있으니 말만 들어도 섬뜩한 생각이 들게 하는 단어이다. 낙태와 동일하게 쓰이는 사전적 의미는 인공유산이다. 인공유산을 시술하는 행위는 임신중절수술이다. 낙태죄라는 것은 형법 269조 1항에 의해 낙태를 하는 여성에게 1년 이하의 징역 200만원이하의 벌금, 또 시술을 하는 의사, 조산사 등 관련자들에게도 형법 270조에 형벌을 명시하고 있는 범죄행위이다. 평소 살면서 도둑질을 하거나 남을 해하면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여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하여 임신중절수술을 하는 것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며 형사적으로 처벌받게 될 것이라고는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임신 및 출산은 여성의 몫이라는 일반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처벌 범주에 들지 않는 남성들은 이 법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지만 청와대 홈페이지에 낙태죄 관련 청원이 200여건이며 낙태죄 폐지 동의와 관련하여 2017년 9월 30일 청원 시작부터 마감까지 동의수가 23만 5천여 명이라는 것은 분명히 낙태죄라는 법이 뭔가 잘못된 법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명백한 결과라 여겨진다. 낙태는 의술이 생겨나기 훨씬 이전부터 국가와 인종, 종교 등 모든 측면에서 민감한 주제로 여겨왔다. 여권의 신장과 더불어 낙태를 죄로 여기지 않는 사회도 있으나 지난 2012년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낙태죄를 합헌이라 결정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이 문제가 대두된 것은 많은 국민들, 특히 여성들이 이 법을 불합리하다고 여기고 있다는 증거이다. 낙태죄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이루어지는 단계부터 인간생명 존엄의 가치를 부여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또 여성이라면 무조건 수정된 수정란을 태아로 키워 출산해야지만 올바른 인간이고 그렇지 않은 여성은 범죄자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가임기 여성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본다면 임신과 출산, 육아 전 과정이 여성의 건강, 사회적 참여, 경제적 여건, 가정의 환경 등 내.외부적으로 남은 인생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어찌 보면 인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놓고 단순히 생명의 존엄성의 무게만 따져 법에 따라 출산을 강요받는 사회라면 과연 현재 살고 있는 여성들이 제대로 인권을 보장받고 사는 사회인가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35개국 OECD국가 중 낙태율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반면 25개국은 여성의 선택권과 행복추구권 등의 논리로 본인 요청으로 임신중절이 가능하다. 사회경제적 사유로 허용하는 4개국을 더하면 사실 80%의 가입국가가 임신중절을 허용중이다. 사실 남아선호사상이 팽배하였던 수십 년 전 국내에서는 더욱 많은 낙태가 이루어졌으리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은 1973년부터 임신 12주 이내 산모의 선택권에 따라 허용하며 유럽 여러 국가들도 10주~24주사이 주수의 규제를 두고 낙태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다시 낙태관련 법안이 이슈가 되고 재심리 중이라고 하니 듣던 중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현행법 자체가 모든 법적인 책임을 여성에게 묻고 처벌도 여성에게만 내린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회와 남성의 책임은 하나도 없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낙태를 원하는 여자는 없다는 것이다. 여성들도 낙태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받으며 그로인한 기억들은 평생을 간직하고 간다고 한다.

현 정부의 공식적인 답변으로는 당장 2010년 이후 실시되지 않은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낙태죄에 법률 심의를 다시 하고자 한다고 한다. 낙태죄를 반영한다고 하여 낙태율이 감소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라는 여러 통계 결과들을 묵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유아. 청소년기 성교육과 개념정립을 다시 해야 하며 피임에 대한 책임의식을 남녀 동등하게 가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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