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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는 왜 철원으로 모이는가 - 새 또한 낙원을 찾는다

기사전송 2018-01-04, 21: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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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최근 판문점을 통하여 남으로 넘어온 북의 병사는 그 동안 많이 굶주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수술 중 위(胃)에서 발견된 옥수수 낟알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동해에서 종종 표류하는 북의 어민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들 중의 상당수는 일본에까지 흘러가 백골 상태로 발견되고 있습니다. 끔찍하게도 굶어죽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북에서 국경을 몰래 넘어 중국으로 갔다가 다시 남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지만, 동남아까지 흘러갔다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여 현지인과 결혼 생활을 하다가 남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로 보면 북을 탈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굶주림 때문입니다.

이는 동물에게도 적용됩니다. 어디에서나 야생동물들은 먹이를 찾아 이동을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 연천과 철원 등지의 평야와 비무장지대에 두루미가 많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김성일 교수(산림환경학)의 설명에 따르면 철원 평야에 두루미가 대량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인데 이 또한 북의 식량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고 합니다.

현재 두루미는 전 세계에 3,000마리가 안 되게 남아있는 위기종인데, 그 가운데 많을 땐 1,000마리가 월동을 위해 10월 경 부터 임진강 상류 지역을 찾는다고 합니다. 이곳은 상대적으로 먹이와 물이 넉넉하고 또 몸을 숨길 수 있는 나무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곳을 찾는 두루미들은 원래 북한의 안변 지역으로 가던 두루미들이라고 합니다. 원산 바로 아래쪽 작은 평야지대입니다. 그런데 그곳에는 다른 조건은 그런대로 갖추었지만 옛날처럼 먹을 것이 없으니 찾아갈 이유가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현재 북은 전 지역에서 식량이 부족하여 주민들은 논밭에 떨어진 낟알까지 모두 줍는다고 합니다. 그러고도 줍지 못한 낙곡(落穀)은 장차 식생활에 도움을 줄 어린 오리, 염소, 거위 등을 풀어 하나도 남김없이 찾아먹게 하는 바람에 두루미에게 돌아올 낟알은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두루미들은 그곳에서 80㎞나 떨어진 남쪽으로 월동지를 옮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금도 민통선 부근의 남북 긴장관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 지역에 두루미들이 보금자리를 찾아 평화로이 날아들고 있습니다. 두루미는 그 수가 얼마 되지 않아 천연기념물 제202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일본 홋카이도와 중국 동북부, 그리고 러시아 연해주 등에서 번식하는데, 이 중 1,000여 마리가 10월 말부터 이듬해 3월까지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의 비무장지대를 찾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를 아프게 동여매고 있는 철조망 근처가 그들에게는 도리어 편안한 안식처가 된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민통선 안에서 두루미들은 심지어 고라니들과도 어울려 함께 먹이를 찾고 있을 정도입니다. 정수리에 붉은 반점이 있어 단정학(丹頂鶴)이라고도 불리는 두루미는 ‘두루루루’ 하는 울음소리에서 따온 의성어 이름입니다. 라틴어로는 ‘Grus’, 독일어로는 ‘Kran’, 영어로는 Crane이라고 하는데 이 모두가 그 울음소리에서 비롯된 이름입니다. 매끈한 몸매에 양 날개를 펴면 240여 센티미터에 이르는 커다란 날개의 우아한 춤동작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모습입니다. 거기다가 붉은 머리, 하얀 몸통, 검은 꼬리가 기품을 더해 예로부터 고고한 선비를 상징하는 영물(靈物)로, 장수(長壽)와 행운(幸運)을 가져다주는 길조(吉鳥)로 대우받아 왔습니다. 그리하여 선비들의 춤으로 ‘학춤’이 태어나지 않았을까 합니다. 두루미의 이동은 결국 이 세상에서 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라고는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정치의 본질은 갈등을 해소하고 참된 행복을 나누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정치를 잘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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