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당 안의 닭과 개 그리고 - 언제까지 물어뜯어야 하나
한 마당 안의 닭과 개 그리고 - 언제까지 물어뜯어야 하나
  • 승인 2018.01.18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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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닭의 해 정유년(丁酉年)이 지고 개의 해 무술년(戊戌年)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음력(陰曆) 설날이 되어야 비로소 완전한 무술년이 됩니다. 그러니 지금은 개가 닭을 밀어내고 있는 막바지에 이른 시기입니다.

공교롭게도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기(追鷄之狗)’라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대개 이 속담은 어떤 일을 하다가 실패했을 때의 낭패감을 이르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 말은 우리 선조들이 마당을 바라보다가 문득 지붕 위로 날아오른 닭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된 개를 보고 지어낸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는 각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그 뿌리는 같은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습니다.

닭은 주인이 뿌려준 모이를 다 주워 먹게 되자 발톱으로 땅바닥을 긁어대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그 흙은 마루 밑의 개에게까지 날아갔습니다. 흙덩이가 눈에 들어오게 되자 화가 난 개는 달려 나가 닭의 머리를 물어버립니다. 그리하여 지금처럼 닭의 벼슬은 톱날 모양으로 변하고 말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이 이야기를 이처럼 짧게 매듭짓지는 않았습니다.

“야, 이놈의 닭아! 너는 무엇이 그리 대단하여 쌀알만 찾느냐? 나는 밤에도 잠을 제대로 자지 않고 집을 지키면서도 이처럼 마른 뼈다귀나 핥고 있는데(犬齧枯骨)!”

그러자 닭은 쌀쌀맞게 대답합니다.

“나는 날마다 일어나는 시간을 알려주고 있지 않느냐?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느냐? 그래서 내가 울 때에는 ‘꼬기오’ 하고 우는데 그것은 바로 ‘알릴 고(告), 그 기(其), 중요할 요(要)’란 말이다. 이 멍텅구리야!”

“뭐, 내가 멍텅구리라고!”

“그래, 멍멍하고 짖잖아!”

“그건 나 말고 모두 멍텅구리라는 뜻이야!”

“아이고, 그래서 ‘개 팔아 두 냥 반’이라는 소리가 나왔나? 우리 닭이야말로 벼슬자리에 나아갔기에 이처럼 머리 위에 벼슬이 달려있는 것이다!”

“에잇! 이놈의 닭이 열린 입이라고 못하는 말이 없네. 아무리 지껄여도 너는 다리가 둘 밖에 없어. 나는 귀한 몸이라고 조물주가 다리 하나를 더 만들어 주었어.”

“아, 그래서 오줌을 눌 때마다 다리 하나를 드는구나. 그럼 처음에는 다리가 셋뿐이었겠네. 아이고 웃겨라!”

“뭐라고? 이놈의 닭이!”

그리하여 개는 달려가 머리의 벼슬을 물어뜯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더 붙기도 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어떤 지역에는 소와 돼지도 등장합니다.

“나는 매일 밭에서 힘들여 일하는데도 이렇게 마른 짚이나 풀을 겨우 얻어먹고 있는데, 어찌 너만은 그리 쌀알을 찾아대느냐?”

“그래, 나도 주인집에 잔치가 생기면 목숨까지 내어놓는데도 이렇게 구정물이나 받아먹는데, 너는 무엇이 그리 대단하느냐?”

어쨌거나 이 때 개에게 벼슬을 물린 닭은 서둘러 지붕 위로 날아오릅니다. 닭은 먹이를 찾아 날기까지 포기한 새였습니다. 그러나 위험한 순간에는 이처럼 퇴행되었던 기능을 본능적으로 되살리고 있는 것입니다.

닭은 개를 내려다보며 비아냥댑니다.

“이 녀석아, 여기에는 올라올 수 없지?”

그러나 개에게도 한 마디가 남아있습니다.

“오냐, 네가 평생 그 지붕 위에서 살아가나 두고 보자. 언젠가는 마당으로 내려와야 할 것이다. 그 때 두고 보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또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곧 음지 된다’는 말을 되뇌지 않았을까 합니다.

지금 우리 정국은 흡사 이 이야기 속의 닭과 개처럼 서로 물어뜯고, 또한 소와 돼지처럼 마구 말을 보태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물론 따질 것은 따지더라도 자신의 주장만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깊은 통찰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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