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출현
괴물의 출현
  • 승인 2018.02.26 20: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우윤 새누리교회
담임목사
10여 년 전 상영되었던 봉준호 감독, 송강호 주연의 영화 ‘괴물’은 한강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상상 속의 괴물을 소재로 삼았다. 그러나 요즘 우리는 사회 곳곳에서 흉물스럽게 돌출하고 있는 괴물들을 보고 있다.

그 괴물들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정부의 주요 부처와 문화예술계와 대학 등 사회 곳곳에 오랫동안 터를 잡고 있었다. 그것들은 대부분 수컷으로 힘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온갖 행패를 부려 왔지만 감히 사람들은 그 괴물에게 대항할 수 없었다.

30여 년 전, 내 인생 가운데 괴물을 처음 만났다. 지금 생각해 보니 좀 귀여운 괴물이었지만 대학생들의 신앙을 돕는 단체의 지도자이었기에 그 충격은 컸다.

신앙이라는 명분으로 학생들의 숨통을 틀어쥐는 그 교묘한 수법은 마치 몸속 깊이 감춘 발톱과도 같았다. 그것을 발견하고 즉시로 그 단체와 결별한 것은 참 다행스런 일이었다.

그러나 그 후에도 계속 그 단체에 속했던 어떤 분은 그 지도자의 교묘한 압박을 감당할 수 없어 화장실에서 두 번이나 혼절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 단체를 떠날 수 있었다고 했다. 내가 그를 귀여운 괴물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후 다른 종교단체에서 그보다 훨씬 끔찍한 괴물들을 적지 않게 만났기 때문이다. 신성한 종교단체에서 잉태되는 이 끔찍한 괴물들은 현대종교의 우울한 실상이다.

최근 ‘미투운동’의 거센 물살에 문화예술계에 숨어있던 끔찍한 괴물들의 정체가 밝혀지고 있다. 문학과 예술이라는 고운 모래에 남겨진 그들의 발자국은 너무도 끔찍하다. 그 여파가 내가 운영하고 있는 소극장의 작은 극단에도 영향을 미쳐 몇몇 여자 연극배우 지망생들이 극단을 떠났다.

영화 ‘괴물’에서는 실험실에서 흘러나와 한강으로 흘러들어간 약물에 의해 괴물이 생겼다지만 우리 사회의 이 괴물들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 발생의 근원을 직시하여야 한다. 이 괴물들이 먹고 자란 약물은 잘못된 권력의 묘약이다. 그가 다른 사람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커질수록 그는 스스로 무엇이든 해도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왕이 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숨은 욕망은 타인에 대한 그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 한다. 다른 사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른 그는 결국 괴물로서의 본성을 드러낸다.

우리가 그 괴물이 만들어 낸 시와 소설 그리고 연극을 보아 왔고 그들의 강의를 들으며 지식을 배워 왔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왜냐 하면 그들에게서 배운 우리 모두는 우리 스스로 괴물이 될 수 있는 DNA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처럼 우리도 왕이 되어 타인을 마음대로 지배하고자 하는 탐욕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어떤 사람은 돈으로, 어떤 사람은 지식으로, 또 어떤 사람은 권력으로 스스로 왕이 되고자 한다. 남을 지배하고자 하는 이 괴물은 사회 곳곳에 단장, 대표, 교사와 교수, 회장이라는 이름으로 견고한 터를 잡고 우리를 노린다. ‘1인 1표’라는 인간의 동등한 가치를 부정하고 싶은 그 괴물들의 존재는 ‘자유 민주사회’라는 우리 사회의 이상을 위협한다.

그래서 성경은 왕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죄’라고 규정하고 고대근동의 왕이라도 엄격한 규정에 의해 통제받았다. 군사력을 의미하는 군마를 많이 가지지 말 것, 경제력을 의미하는 은금을 많이 가지지 말 것, 외교력을 의미하는 아내를 많이 가지지 말 것 등이 하나님이 왕에게 명령하신 것들이다.

21세기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우리 대한민국에 제도적인 왕이 있을 수 없다. 제도적인 왕에 버금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권위적인 대통령에 의해서 우리는 충분히 고통을 받았다. 우리 국민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하는 이유의 하나도 그들의 정치 이념보다는 그 분들의 소시민적인 삶일 것이다.

왕으로서가 아니라 소시민으로 서로 돕고 사랑하는 마음이 우리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가치이다. 그것만이 우리가 괴물이 되지 않고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