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정치인들의 손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
개헌, 정치인들의 손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
  • 승인 2018.03.14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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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지방자치
연구소장
헌법이 국가의 최상법규란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헌법에 관심을 안 둔다. 생활법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을 보고 헌법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헌법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국회의원 3분의 2이상이 찬성하고 국민투표에서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개정할 수 있다.

헌법 개정은 대통령의 권한비대를 막아야 한다는 데서 비롯되었고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집권의 폐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헌법에 지방분권 사항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그 동안 꾸준히 있어 왔다.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헌법 117조)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완전한 지방자치를 할 수 없었고 늘 중앙이나 상급 자치단체의 눈치를 보면서 근근이 명맥을 이어왔을 뿐이다.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여·야 정치권의 상반된 의견으로 합의된 헌법개정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헌법 개정 내용도 연막에 가려있고 국민투표 시기도 정해 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가 헌법개정안을 서두르지 않으면 권력구조 부분을 빼고서라도 대통령 발의 헌법개정안을 내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헌법에 구체적인 지방분권 규정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죽 있어 왔지만 요즘 돌아가는 정황을 보면 말과 속셈이 달라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지방분권 개헌은 궁극적으로 북한식 연방제로 가기 위한 술수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문대통령이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따른 반응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도 대통령이 연방제를 들먹인 것은 지방자치를 잘 하자는 의미겠지만 우리체제에서 연방제 지방자치가 타당한지 모르겠다. 지난 2일 자유한국당은 ‘국민개헌 대토론회’를 열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하는 분권형 개헌을 거듭 강조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지방분권개헌은 지방선거 전략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지방분권 개헌에 김을 빼는 일이 또 있다. 최근 청와대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지방분권 관련 개헌방안에 대해 의견 수렴한 내용을 보면 지방분권 개헌이 잘 될까 우려 된다. 자문특위가 국민의견 수렴을 위해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에게 개헌 관련 22개의 주요 쟁점에 대해 찬반을 물었더니 지방분권에 대한 반대 의견이 찬성 의견보다 많이 나왔다고 한다. 대통령 4년 중임제·기본권 확대 등에는 90% 이상이 찬성하면서 유독 지방분권에 대해서는 거부반응이 나온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의 핵심인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핵심 지지층인 2030이 더 반대를 하는 모양새다. 그들이 지방분권을 반대하는 이유는 ‘지방정부나 지방의회를 믿을 수 없고 지방정치판을 더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여론조사를 다 신임할 수는 없으나 참고할 부분도 있다.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후 지역발전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온 것을 부인 할 수는 없지만 지방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지방기초의회 가운데 구의회를 없애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지만 법률 개정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귀를 닫았고 4년마다 여전히 같은 선거가 반복되고 있다. 지방의원이 지역 국회의원의 친위대요, 정치적 뿌리란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들은 이번에도 지방의원 선거구를 조정하면서 광역의원 27명, 기초의원 29명을 더 늘렸다.

6월 지방선거에 후보자는 줄을 서고 있고 공천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은 호기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헌법은 권력자의 입맛에 맞춰 바꿔져서는 안 된다. 국민투표와 지방선거를 같이 하자는 정부·집권당의 주장과 분리 실시해야 한다는 자유한국당을 보면서 떠들썩한 지방선거에 밀려 헌법 개정 국민투표가 빛을 잃을까 우려된다.

여·야가 나라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합의해서 만든 헌법개정안이 나온다면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붙이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하지만 개헌을 집권의 포석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분권형 개헌이라고 한다면 대통령의 절대적인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과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집권에서 확실히 벗어나는 지방분권 내용이 함께 다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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