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내용보다 시기가 중요해?
개헌, 내용보다 시기가 중요해?
  • 승인 2018.04.0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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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지방분권운
동 대구경북본부공
동대표
개헌하자는데 내용보다는 시기 주장만 난무하고 있다. 국회에서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논의에 착수한 것이 2016년 말이었다. 하지만 국회는 아직 개헌합의안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협상다운 협상도 제대로 시작하지 않고 있다. 제1야당의 시기 논란에 정작 중요한 개헌 내용은 뒷전이다. 헌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해오던 정당들이 자산의 입장과 생각을 개헌안으로 성안하여 국민 앞에 공개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하지 않은가. 국민들 또한 나라의 미래를, 국민의 일상을 바꿀 수 있는 개헌 기회에 정치인들의 맹목적 동조자로서 단세포적인 반응을 하게 된다. 대통령 의지를 받들어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투표 해야된다는 주장과 개헌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해외순방 중에 국회에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대통령 발의에 대하여 야당은 국회에서 통과가 불가하다는 강한 반대 의사를 개진하고 있다.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주요 후보들이 6월 지방선거 때 동시투표로 개헌을 하겠다고 공약했으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발의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반면 야당은 개헌의 핵심인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 축소 방안이 미흡하며, 시간이 촉박해도 국회와 협상하지 않은 채로 발의하는 것은 의회민주주의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1987년 헌법개정 이후 30여년이 지난 지금 국민 대다수가 시대의 변화에 맞게 개헌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지만, 왜 정부여당과 야당이 상대방을 비난하면서 정치 싸움만 벌이고 있는가. 아니, 정치적 이유야 알지만 개헌이라는 중대한 임무를 이리 가지고 놀아도 되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야당은 개헌을 정략적인 차원에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국회에서 여야당 합의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형식에 대해 무조건적인 거부가 아니라 왜 투표시기를 연기할 필요가 있는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사유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그 핵심은 의회 민주주의를 무시했다는 등의 정치적 언설을 앞세울게 아니라 대통령 발의안에 담겨져 있는 내용에 대한 논의의 장에 참여하여 대통령 발의안보다 더 좋은 개정안을 마련하여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먼저 여야 정당은 개헌안을 조속히 작성하여 국민에게 공개하여야 한다. 대통령 발의로 인해 개헌과정이 이미 시작됐지만 정부와 여당은 국회와 국민의 합의가 없으면 완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대통령 발의안은 국회 재적인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통과되며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국회에서 부결될 것을 알면서도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면 지방선거용 관제개헌이라는 야당의 비판이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동시투표 이외에도 발의안의 전문, 권력구조, 노동자와 사람 등의 용어 사용을 둘러싼 논의가 이미 벌어지고 있으므로 개정안을 둘러싼 논의를 추진하기 바란다.

둘째, 국회 개헌합의안 처리의 시한인 5월 4일까지 원내정당들은 최선을 다해 쟁점사항을 확정하고 합의도출을 위해 성실하게 협상에 임해야 한다. 개헌논의는 정부여당 혹은 야당, 진보 혹은 보수 등 특정 정치세력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다는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향후 100년 동안 지속될 국가의 근간을 새롭게 정립한다는 공감 하에 진행되어야 한다. 좋은 내용은 여야가 당리당략과 관계없이 채택하고 쟁점은 국회 헌정특위(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치열하게 논의해 타협을 이뤄냈으면 한다. 국민의 뜻이 반영된, 최선의 개헌합의안을 마련하는 것이 국회의 책무이다. 1차적 책임은 발의한 대통령과 이를 지지하는 여당에게 있다.

마지막으로 국민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숙의형 공론화 절차를 마련하여야 한다. 개헌안 마련과 쟁점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최종적으로 좁혀진 쟁점에 대해 국민의 뜻을 묻기 위한 국민토론을 개최해야 한다. 국회는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기 위한 예산을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 한 달이면 전국적인 공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 현행 헌법은 1987년 6·10민주항쟁을 통해 얻어진 고귀한 산물이다. 독재적 권위주의 정부를 연장시키려는 세력에게 모든 국민이 호헌반대를 외치며 항거하여 직선제를 쟁취했기 때문에 당시 개헌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당시의 국민적 바램을 충분히 담지 못했고 여야 합의 과정에서 오히려 후퇴한 내용도 있다. 그런 점에서 성숙한 시민의 관심 및 다양한 집단의 참여보장은 이번 개헌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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