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남자 가슴에 달린 건 뭐지?
저 남자 가슴에 달린 건 뭐지?
  • 승인 2016.06.14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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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영 대구지방보훈청 제대군인지원센터
플랜더스 들판에 양귀비꽃 피어나네/ 우리가 누운 곳 알려주는/ 십자가 줄줄이 서 있는 사이로/ 하늘에는 종달새 힘차게 노래하며 날지만/ 땅에선 포성 때문에 그 노래 들리지 않네//

1차 세계대전 중 캐나다 출신 군의관 존 맥크래 대령은 그의 동료가 전사한 후 ‘플랜더스 전장에서(In Flanders Fields)‘라는 시를 썼다. 이 시에 나온 양귀비꽃은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고 이후 전몰용사의 상징이 되었다.

지금도 영국을 비롯한 영연방 국가에서는 매년 11월 11일을 ‘리멤버런스 데이(rememberance day)’로 정하고 가슴에 붉은 양귀비 모양의 배지를 달고 참전용사의 희생을 기린다. 붉은 양귀비(poppy)의 이름을 따 ‘포피 데이(poppy day)’라고도 하는데 요즘은 그 말이 더 많이 쓰인다고 한다.

지난 가을 런던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10월 중순이었지만 시내 곳곳 해당 동네의 전사자를 위한 위령탑에는 포피로 만든 화환과 함께 ‘We will remember them(우리는 그들을 기억할거에요).’와 같은 메모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11월에는 한 달 내내 어디서나 포피를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거리에는 어린 아이들부터 학생, 젊은이, 노년층까지 포피 배지를 달고 다니며 차에 달기도 하고 건물에 현수막을 걸기도 한다는 것이다.

사실 조금만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포피 배지를 단 사진을 금방 찾을 수 있다. 윌리엄 왕자 부부, 정치인, TV쇼의 사회자들은 물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장의 선수와 감독들도 달았다. 007 영화의 주인공인 다니엘 크레이그가 말쑥한 슈트 차림에 포피를 달고 나온 사진은 너무 멋있어서 한참동안 쳐다봤다.

더 놀라운 것은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내고 사서 이 포피 배지를 달고 다닌다는 것이다. 작은 배지는 보통 1~2파운드(약 3,600원)이며 수익금은 참전용사와 전몰유족을 위해 쓰인다고 한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아주 쿨하고 멋지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에게도 이런 상징이 있다. 바로 ‘나라사랑 큰 나무’다. 태극 무늬와 파랑새, 새싹 문양으로 구성되었으며 색깔도 예쁘다. 태극 무늬와 파랑새, 새싹은 각각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국가유공자의 애국심, 자유와 내일에 대한 희망을 나타낸다.

국가보훈처에서 작은 배지 형태로도 제작해 6월 호국보훈의 달이 되면 나누어 주고 있다. 나라사랑 큰 나무 홈페이지와 지방의 보훈관서에 신청해 받을 수 있다. 게다가 무료다. 뜻이 있는 사람은 한 개당 500원의 기부금을 내고 배지 나누기 운동에도 참여할 수 있다.

각박하고 살기 힘든 세상이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는 말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국가와 자유를 위해 희생한 사람을 홀대한다면 더 힘든 세상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 아름답고 멋진 우리의 젊은이들이 가슴에 나라사랑 큰 나무 배지를 단 것을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왕이면 세계에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한류스타들이 나라사랑 큰 나무를 달고 전 세계에 알렸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이렇게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존경하며 그 힘으로 앞으로도 크게 번성할 나라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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