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과 우리의 자세
정전협정과 우리의 자세
  • 승인 2016.07.2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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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환
대구지방보훈청
권기환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사령관 및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 우리가 흔히 정전협정 혹은 휴전협정이라고 부르는 한국전쟁을 멈추기로 한 협정의 정식명칭이다.

이 협정의 어디에도 ‘대한민국 대통령’ 또는 ‘한국군 총사령관’같은 직함은 보이지 않는다. 나라전체가 전쟁터가 된 최대 피해자이고 나라와 민족의 안정에 직결될 협정의 주체이면서도 협정의 당사자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이견은 있겠지만 필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군이 한국전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당시상황에서는 우리나라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강대국의 힘을 빌려 안전을 보장받고 산업화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이 잿더미로 절대 회복 불가능으로 보였던 나라에서 현재의 대한민국으로 존재할 수 있게 중대한 역할을 한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미군이 투입한 M26퍼싱이나 M46패튼 같은 전차가 아니었다면 북한이 앞세워 내려온 T-34 전차의 막강한 화력에 의한 돌파를 저지할 수 없었을 것이고, 미군이 지원해준 F-51무스탕 같은 전투기가 없었다면 승호리 철교폭파 같은 위업을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여기까지 읽고 당시 한국과 국군을 부끄럽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당장 생각을 바꾸길 권한다.

전쟁의 목적은 승리하는 것이다.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패배한다면 생각할 수도 없는 엄청난 고통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아 전쟁을 수행하고 목적을 달성하는 건 당연한 선택지이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세계 전쟁역사를 보아도 동맹국의 힘을 빌리지 않고 싸우는 나라는 거의 없을 것이다.

요즘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결정(브렉시트)이 세계적인 이슈다. 이 결정을 굳이 국민투표에 붙였어야 했냐는 비판, EU가 뭔지 브렉시트가 뭔지도 모른 채 투표한 사람도 있다는 어이없는 보도, 브렉시트하자고 선동해놓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정치인에 대한 비난 등 여러 가지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브렉시트를 원하는 표심의 원천은 ‘분노’였단 것이다. 분노는 사람의 심장을 요동치게 해서 냉정한 판단을 흐리게 한다.

브렉시트의 결과가 어찌될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방향으로 영국이 변하지 않는다면 분노의 투표는 두고두고 비난을 받을 것이다.

브렉시트는 우리의 현 안보상황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안보는 적어도 국내 내부적인 갈등과 정치사회적 문제, 그에 따른 국민감정에 좌우될 것이 아니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

국제 안보정세와 힘의 방향을 철저히 분석하고 냉정하게 판단하여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전략적 행동을 취함으로써 평화를 지켜나가고 우리의 힘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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