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엄마는 도움이 필요하다
지금 엄마는 도움이 필요하다
  • 승인 2016.09.0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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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강사
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 저자
대구교육청 학부모역량강화 강사
학교에서 학부모 강의를 마치면 항상 엄마들 몇 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엄마들은 부끄러워하며 다가와 바쁜 강사의 시간을 빼앗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레 묻는다. 내가 “이후에 아무 스케줄도 없으니 편하게 말씀하세요”라고 웃으면 엄마들은 그제야 “선생님, 저희 아이가요”라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엄마들이 하는 걱정의 대부분은 아이들이 그 나이에는 할 만한 말썽과 그 나이에는 겪을만한 갈등이다. 10년 넘게 엄마들과 상담했지만 정말 심각한 상황은 별로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엄마들은 눈에 눈물부터 고인다.

그들은 한 번도 아이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으며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각오로 많은 것을 희생하며 견딘 엄마들이다. 자신보다 더 나은 환경과 기회를 아이에게 주고 싶어서 노력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그들에게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마음 이외에 다른 의도는 없다. 그런데 왜 엄마들은 울어야 할까?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아이에 관한 모든 것을 지금처럼 엄마 혼자 짊어져야 했던 때는 없었다. 가까운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아이 교육은 아빠가, 예절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생활 규범은 동네 어른이나 형들이 가르쳤다. 아이는 삶에 필요한 많은 것을 골목에서 배웠고 엄마는 그저 아이에게 사랑만 주면 되는 존재였다. 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던 것을 지금은 엄마 혼자 해내야 한다. 아이의 공부를 시켜야 하고, 특기적성도 살려줘야 하며, 인성교육 뿐만 아니라 아이의 미래설계도 엄마가 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아이에 대한 모든 책임이 엄마 몫이라는 거다. 아이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할 때, 특히 성적이 좋지 않을 때, 이 모든 비난은 엄마가 받아야한다. 아이에 관한 모든 의무와 책임을 엄마 혼자 짊어지는 지금과 같은 상황은 엄마들에게는 끝없이 펼쳐지는 공포다. 즉 지금 아이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은 엄마들이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엄마가 나쁜 사람이라서 아이를 학원으로 내모는 것이 아니다. 악독한 인간이라서 아이를 방에 가두는 것이 아니다. 너무나 불안해서다. 자신의 불안을 감당할 수 없어서 아이를 다그치는 것이다.

아이들을 건강한 사회인으로 키우려면 지금 당장 고통 속에 있는 엄마들을 도와야 한다. 아이를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엄마가 해야 할 역할을 올바르게 알려줄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대구교육청은 ‘학부모역량강화 강의’를 통해 수준 높은 강사들을 각 학교에 보내 어려움에 처한 엄마들을 돕고 있다. 엄마들은 좋은 강의를 들으며 자신의 태도를 반성하기도 하고, 강사에게 궁금한 것을 묻기도 하면서 아이 교육의 철학을 정립한다. 이 사업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내 앞에서 울고 있는 엄마 손을 꼭 잡는다. “어머니, 아이는 크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만나게 돼요. 이때 엄마의 태도가 중요해요. 더 잘하라고 하지 마시고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세요. 엄마의 응원이 있으면 아이는 스스로 잘 해결해나갈 수 있어요.” 내 말을 듣던 엄마는 눈물을 닦으며 다시 묻는다. “정말이요? 선생님?” 나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그럼요. 지금 엄마가 힘을 내셔야 해요. 그래야 아이도 힘을 내지요.” 엄마는 그제야 작은 희망을 손에 쥔 얼굴로 강의실을 빠져나간다.

나는 믿는다. 환경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엄마가 아이를 사랑하고 믿어준다면, 아이는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란다고 말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힘을 내서 아이를 성장시키려고 노력하는 이 땅의 모든 엄마들께 마음을 다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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