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역량개발교육과 인문학
학부모 역량개발교육과 인문학
  • 승인 2016.10.27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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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하
학부모역량개발센터 강사
지난 해 8월말 대구시교육청 감사관 임기를 마치고 올해 신학기부터 대구학부모 역량개발센터의 인문학 강사로 참여하게 되었다. 대구가 전국에서 처음 시작한 학부모 교육 프로그램이라 더 관심이 갔고, 그 계기로 학부모들과 다양한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필자가 지난 5년간 감사관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가장 복잡하고 해결하기 어려웠던 사건들이 학교폭력 관련 사안이었다. 필자의 자녀 역시 예전에 학교폭력의 피해 경험이 있어 많은 사건들을 처리하면서 당시를 떠올리며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과거에는 형제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해도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이 가정에서 배양되었는데, 지금은 사소한 사건에도 부모가 개입하면서 갈등을 확대시키고 자녀를 ‘정글의 법칙’ 속으로 내몰고, 그 결과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가 상처만 입고 종결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학교에서 일어나는 문제들 중 상당 부분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80년대를 전후로 태어난 핵가족 세대들이 가정을 이루고 이제 학부모가 되어 있다. 예전에 대가족제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왔던 가정의 사회화가 부족한 상태에서 하나 둘 뿐인 자기 자녀에게 과도한 관심을 가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는 효과적인 프로그램이 바로 학부모 역량개발교육이다.

지난 학기 동안 초등학교 저학년 부모 대상으로 교육청의 교육 자료와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들을 함께 강의하였더니 학부모들의 관심이 대단하였다. 많은 학부모들이 본인이 아이에게 했던 언행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한다고 했다. 학교교육의 본래의 목적이 지덕체(智德體) 즉, 공동체 사회에서 슬기롭게 살아가고(智) 존경받는 인격체(德)가 되면서 건강한 육체(體)로 건전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것인데도, 성적(知) 위주 특히 1등주의를 강요하는 행위가 자녀가 건전하게 자라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였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는 것이다.

학부모 자녀교육 역량강화 사업이 이렇게 유익하고 훌륭한 프로그램인데도 학교에 따라 학부모 참여율이 천차만별인 것이 아쉽다. 참여가 저조한 원인을 생각해보면 맞벌이부부·조손가정·다문화가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고, 실제로 교육이 더욱 필요한 가정일수록 교육 참가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대구학부모 역량개발센터에서 실시하는 학부모 교육의 혜택을 보는 가정이 더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구청과 주민자치센터와 같은 지방자치단체의 협조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일과 야간을 활용하여 학교와 지역을 찾아가는 교육을 더 활성화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리라.

지금 대구시교육청에서는 자녀가 초·중·고 학부모 뿐만 아니라 영유아기와 예비학부모를 대상으로도 교육자료를 배부하고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도 학부모역량교육 강사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이 어릴 때 이런 내용들을 미리 교육받았다면 좀 더 잘 키울 수 있었을 것이라는 후회가 들었기 때문이다. 또 교직에 몸담고 있는 교사들도 방학이나 수업 부담이 없는 시간을 이용해서 학부모 교육을 받아 보는 것도 권하고 싶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외국 속담이 아니더라도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우리 학생들이 지덕체(智德體)를 갖추고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우는 일은 끝없이 계속되어야 할 어른들의 숙제이자 우리 사회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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