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혼술이 뭐지?
혼밥, 혼술이 뭐지?
  • 승인 2016.11.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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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자유기고가
요즘 ‘혼밥’, ‘혼술’이란 신조어가 유행되고 있다. 처음 그 말을 접했을때는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라는 책제목이 떠오르며 영혼이 있는 밥, 술인가 했다. ‘혼행족’이 많다는 말도 영혼의 힐링을 위한 여행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자세히 들어보니 혼자만의 밥, 술, 여행을 이르는 말이었다. 예전에도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있었고 ‘은둔형외톨이’라는 말도 있었다. 긍정적 느낌보다는 부정적 느낌이 드는 표현이었다. 그러나 혼밥, 혼술, 혼영, 혼행이라는 용어에서는 자유로운 힐링의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요즘 트렌드가 된 것 같다. 이러한 ‘혼밥족’이 늘어나는 이유로는 1인가구의 증가를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 1인가구에는 학교나 취업으로 인한 청년층, 기러기아빠, 주말부부와 같은 기혼자, 독거노인, 비혼족 등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요즘 비혼주의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한다.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며 늦더라도 결혼은 하는게 낫다는 추세였다. 그러나 요즘은 후회할 결혼을 할 바에는 결혼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것이 낫다는 의식이 지배적인 것 같다. 진짜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결혼하면 되지, 결혼을 위한 결혼을 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비혼자들이 증가하는 이유로는 취업난, 높은 주거 비용, 자녀양육비 등 경제적 어려움 겪는 남녀증가의 원인이 큰 것 같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에는 민우회가 올해 5~9월 141명의 1인가구여성을 설문조사결과 ‘결혼관과 가족관의 변화’를 꼽은 비율이 46.37%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결혼과 가족제도 내에서의 성 불평등, 여성에게 전담되는 가사노동, 독박육아 등이다.

희야도 비혼주의자였다. 어릴적 동화에는 공주와 왕자가 어려움을 헤치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이 많았다. 그래서 막연히 왕자같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현모양처가 꿈인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멀어졌다. 그 당시로서는 ‘결혼적령기’라 보다는 늦은 나이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고, 혼밥, 혼술, 혼영, 혼행을 했다. 혼자만의 시간도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느 시기부터 나이들어가는 부모님의 한숨과 혼자인 것이 싫어지고, ‘사람’과 함께 살고 싶은 생각이 들어 남편을 만나고 결혼을 하였다. 두 아이도 낳았다. 현실에서의 결혼에서는 기쁜 일과 힘든 일을 겪었다. 그러나 다음 생에 또 결혼하겠냐고 물으면 결혼하겠다고 대답할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참 많이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가끔은 ‘혼시’ 즉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결혼은 선택이다. 결혼적령기라는 말로 강제할 수는 없다. 결혼을 하고 함께 살든, 결혼을 안 하고 혼자 살아가든 각자의 삶을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 희야는 10월 어느 멋진날, 두 번의 결혼식이 있었다. 한 번은 남편의 누나의 딸의 결혼식이었고, 한 번은 직장동료의 결혼식이었다.

시누이의 딸은 서른둘이었다. 서른 넘어서부터 결혼얘기를 건네면 고개를 젓고 별로 얘기를 하고싶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어느틈엔가는 자꾸 물어보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고 실례일 것 같아 말은 않게 되고, 말은 않다보니 관심에서도 멀어졌다. 그런데 이번 봄에 상견례를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반갑다못해 깜짝 놀랐는데 더 놀란 것은 2년의 연애결혼이란다. 만나다보니 정이 들고, 인연이다 싶고, 결혼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나 보다는 생각이 들고, 시누의 표정은 밝았다.

그에 비해 직장동료는 스물여섯의 신부였다. 그리고 신랑은 스물일곱의 청년이었다. 신혼집을 구하고, 마사지를 받으러 다니고, 알록달록하지만 무거운 그릇을 사고, 짧은 미니 웨딩드레스입고 찍은 사진을 보니 소꿉장난하는 것처럼 예뻤다. 요즘같이 비혼이 늘어가고, 결혼연령이 늦어지는 시대에 꽤나 이른 결혼이었지만, 안정적이고 신뢰가 있어보였다. 결혼식에도 트렌드가 있는 듯 두 번의 결혼식의 절차는 비슷했다. 주례없는 결혼식이었고, 신랑의 아버지가 성혼선언을 하고, 신부의 아버지가 둘의 결혼을 축하하는 덕담을 했다. 신랑신부의 성장과정이 책장넘어가듯 넘어갈 때 신랑이 신부를 향해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렀다. “잘 살아라~”는 신부아버지의 덕담처럼 맘속으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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