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분을 보고 전체라 한다-일곱 마리 눈먼 생쥐
우리는 부분을 보고 전체라 한다-일곱 마리 눈먼 생쥐
  • 승인 2017.01.0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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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경 하브루타 도서관 관장
아이들은 툭하면 싸운다. 어느 해 돌봄 교실에 만난 아이들은 그랬다. 별것 아닌 일로 삐치고 화를 내고 심지어 과격하게 물건을 집어 던지는 아이도 있다. 싸우면서 큰다고 하지만 어제도 오늘도 싸움이 끊이지 않을 때는 고개가 절래절래 저어진다. 이유도 가지가지다. 이렇게 싸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그 날도 두 녀석 간에 싸움이 났다. 이유인즉 서로 자기 말이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거다. 한 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목청을 올리며 싸운다.

주의를 줘도 들은 체 만 체 해결 날 기미가 없다. 급기야 옆에 있는 친구들이 한 녀석의 지원군으로 나서면서 1:다수의 싸움으로 번진다. “얘들아, 잠깐만!” 나팔처럼 소리를 빽- 지르고 아이들을 앉힌 뒤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에 일곱 마리 눈먼 생쥐가 살았어. 어느 날, 연못가에서 아주 이상한 것을 발견했단다. 생쥐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몹시 궁금했지만 앞이 보이지 않아 알지 못했지.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생쥐들은 차례차례 그것이 무엇일까 알아보러 가는데 돌아와 하는 말은 다 다른 거야. 빨간 생쥐는 튼튼한 기둥이라고 하고, 초록 생쥐는 꿈틀거리는 뱀이라 하고 노란 생쥐는 뾰족한 창, 보라색 생쥐는 높다란 낭떠러지, 주황색 생쥐는 시원한 부채라며 서로 자기 말이 맞다 우기는 거야. 마지막으로 하얀 생쥐가 가 보았지. 하얀 생쥐는 그 이상한 물체에 올라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꼼꼼히 살펴보더니 말했어. “아, 알았다. 이건 기둥처럼 튼튼하고, 뱀처럼 부드럽고, 낭떠러지처럼 높다랗고, 창처럼 뾰족하고, 부채처럼 살랑거리고, 밧줄처럼 배배 꼬였어. 하지만 전체를 말하자면 코끼리야!”하고 말했지. 그제야 생쥐들은 코끼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아까 00이의 말도 맞고, 00이의 말이 맞을 수 있어. 서로 부분만 이야기 한 건 아닐까? 퍼즐처럼 맞춰야 전체를 알 수 있지.” 아이들은 그제야 조금 숙연해진다. 한 아이가 기특하게 맞장구를 쳤다. “맞다. 니도 맞고, 니도 맞다. 서로 사과해라.” 이렇듯 아이들은 내가 맞고 너는 틀렸다고 자주 싸운다. 어른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부분만 보고 전체라는 착각에 빠져 오류를 자주 일으킨다.

시들어 가는 꽃나무를 살리는 건 시원한 바람이 아니라 한 바가지의 물이듯, 책을 읽어 줄때도 순발력이 필요하다. 적절한 타이밍! 그날 읽어주려고 가져간 책은 사실 그 ‘일곱 마리 눈 먼 생쥐’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어떤 재미있는 책을 읽어준들 ‘일곱 마리 눈 먼 생쥐’만큼의 감동과 교훈, 재미는 얻지 못했을 거다. 책을 읽고 착각과 오류, 소통, 판단력, 리더의 자질, 용기, 협동, 지혜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책은 칼데콧 아너상을 받을 만큼 글과 그림이 뛰어나고 특히 콜라쥬 형식의 그림 표현과 검은 바탕에 강렬한 원색의 대비가 돋보이는 책이다. 하지만 나는 많은 분들께 먼저 이야기로 들려주고 난 뒤 책으로 보여주는 것을 더 권한다. 단 스토리텔러가 충분히 이야기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작가인 에드 영은 중국에서 태어나 상하이에서 자라 스무 살 때 미국으로 이주해 작품 활동을 했고 그의 작품에서는 동양화기법이나 동양적 사상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쥐, 코끼리, 늑대, 여우 등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간단하지만 아주 중요한 진실들을 전달하고 있다.

전통적 가정에서는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이야기 담당이었다. 아이들은 같은 이야기를 듣고 또 들으면서 경험하지 않은 세상의 이해와 용기, 지혜를 배우고 가치관을 길러갔다. 그것이 인성의 바탕이 되었다. 하지만 핵가족화 되고 급하고 바쁜 사회 속에서 가족 간의 대화조차 어려워진 지금 누가 이 역할을 맡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크면서 스스로 터득해 나가리라고 아이들을 믿어 버리는 건 어른들의 직무유기다. 사회에는 덩치만 어른이지 성장이 멈춰버린 아이어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문제가 되고 만다. 시대를 불문하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함께 인성의 밭을 가꿔주는 것, 그것은 어른의 역할이자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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