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없는 사람이 실패한 것이다 - <뛰어라 메뚜기>
실패 없는 사람이 실패한 것이다 - <뛰어라 메뚜기>
  • 승인 2017.02.0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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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경 하브루타 도서관 관장
직장에서의 해고와 이혼, 가난과 우울증. 생후 4개월 된 딸과 함께 생활보조금으로 연명. 집 근처 카페에서 낡은 타자기로 글을 쓰기 시작해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사람이 있다. 짐작하시겠지만 조앤K. 롤링의 이야기다. 그녀가 쓴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세계 최우수 아동도서’가 되었으며 영국의 각종 상을 휩쓴 것은 물론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받았다. 7년이란 암흑기를 극복하고 마침내 성공한 그녀의 인생역전 스토리텔링은 어려운 환경에서 열정을 간직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된다. 다시마 세이조(1940년생)의 그림책 <뛰어라 메뚜기>(보림)가 있다. 오늘은 그림책에서 발견한 인생역전 스토리텔링을 소개하고자 한다.

조그만 수풀 속에 숨어사는 메뚜기 한 마리가 있다. 주위에는 사마귀나 뱀과 같은 무서운 녀석들이 메뚜기를 노리고 있는데 메뚜기는 눈앞에서 친구들이 잡아먹히는 것을 보며 심장을 졸이며 살아간다. 어느 날 메뚜기는 이렇게 겁먹고 사는 자신이 몹시 싫어졌다(삶의 허무함이 느껴진다). 풀잎 뒤에 숨어 지내던 메뚜기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바위 위에 앉아 용감히 햇볕을 쬔다. 아니나 다를까 무서운 녀석들이 입을 벌리며 다가온다.

메뚜기는 죽을힘을 다해 뛰어오른다. 정면 돌파, 무서운 녀석들을 하나 둘 물리치며 구름을 뚫고 쓩쓩! 높이 올라간다. 하지만 다시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고 마는데 거기에는 커다란 물고기가 입을 벌리고 있다. 이젠 끝이다 싶어 보이는 절체절명의 순간 메뚜기는 자기 등에 있는 날개가 생각난다. 태어나 한 번도 써 본적이 없는 날개! 메뚜기는 다시 날아오른다. “빠샤!”(이 장면에서는 이런 소리를 내고 싶어진다). 메뚜기는 자기 날개로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바람을 타고 아주 기쁘게 날아간다. 그리고 마침내 예쁜 짝을 만나게 된다.

스토리텔링에는 주인공이 있고 반드시 주인공이 하는 일을 방해하는 세력과 요소들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방해 세력들을 해결하는 방법과 해결된 상황이 잘 나타나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뛰어라 메뚜기』는 스토리텔링의 요소를 단계적으로 잘 보여준다. 주인공이 선택한 여정의 마지막은 성장인데 짙은 주황색 황무지를 건너는 장면과 바다를 건너는 장면은 고난을 극복하고 성장을 나타내는 상징적 통과의례쯤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겠다.

메뚜기는 스스로 영웅이 되었다. 신화에서의 영웅은 태어날 때부터 초인적 능력을 부여받고 태어나지만 판타지에서의 영웅은 평범한 주인공이 스스로 선택한 시련의 위험 속에서 자신의 능력 한계를 초월하는 일을 펼치고 성장한다. 판타지뿐이 아니다. 조앤 롤링은 물론이고 우리가 사는 세상의 수많은 영웅들도 하나같이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현실에 도전하며 고난과 실패에 도전하며 영웅이 된다. 그 모험과 같은 여정에서 구원자를 만나기도 하고 스스로 시련을 통해 강력한 구원자가 되기도 한다.

조앤 롤링은 ‘삶에는 성공보다 실패가 많다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이 가장 큰 패배이다.’라고 한다. 길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길은 없어진다.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안전한 곳은 사라진다. 니체의 말이다. 거듭된 고난 속에서 문제해결력이 길러지고 문제의 중심으로 나아갈 때 무한한 잠재능력이 날개가 되어 미지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해 준다. 메뚜기가 뱀을 물리치고 거미를 박살내는 초인적인 힘을 발견하게 되는 것. 바로 자신이 강력한 구원자로 발현되는 것이다.

부모교육을 가면 그림책을 소개 한 뒤 “자녀들에게 날개를 발견 할 기회를 주셔야 합니다.”라고 꼭 이야기 한다. 떨어지지 않으니 날개를 사용할 일이 없다. 스스로 길을 떠나지 않으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발견할 수 없다. 실패 없이, 고난 없이, 상처 없이, 둘러가는 일 없이 자녀들을 키우려고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 인생 여정이 결코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수많은 위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부디 자녀에게 도전의 기회를, 날개를 발견할 기회를 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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