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욕망은 모성이 아니다
당신의 욕망은 모성이 아니다
  • 승인 2017.02.0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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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저자
당신은 되도록 아이에게 웃는 모습을 보이려 애쓴다. 힘이 닿을 때까지 놀아주려고 하는 건 기본이다. 아이의 숙제와 준비물을 꼼꼼히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친구들과의 관계는 원만한지, 아이의 특기적성은 무엇인지도 세심히 살핀다. 당신은 언제나 아이를 위해 희생할 각오가 되어있다. 항상 좋은 것만 먹이고 싶고 좋은 옷만 입히고 싶으며 어쨌든 최고로 키우고 싶다.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이 가르쳐서 앞서나가게 하고 싶은 것은 물론이고, 아이가 과학이나 수학 영재라면 빚을 내서라도 경제적 뒷받침을 해주어야 한다고 각오한다.

당신의 마음을 이해한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고, 나 역시 그런 엄마의 자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더 좋은 것을 주고 싶다는 마음과 아이가 잘 컸으면 좋겠다는 기대, 거기까지만 해야 한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것은 당신과 아이를 망가트리는 일이다.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엄마는 이런 행동을 한다. 아이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아이 학교에 가서 청소며 학부모 모임에 최선을 다한다. 거기서 만난 엄마들에게 사교육 정보를 열심히 듣고 와서 이것저것 우리아이에게 시킨다. 다른 아이가 하는 것을 우리아이만 못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남들을 따라서 우왕좌왕하다보니 우리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아이가 학원이 힘들다고 우는 것은 가기 싫어서 괜히 징징대는 것이므로 습관이 되지 않도록 강하게 야단을 쳐서 보낸다.

남들이 내 아이를 똑똑한 아이라고 생각해야 하니까 동창들이나 친척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우리아이가 뭐든 잘하고 똑똑하다는 말을 한다. 왠지 그런 말을 하면 내가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남들이 모두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우리아이가 어쩌다 시험을 망쳐오면 이러다 뒤쳐질지도 모른다는 급격한 불안이 엄습해온다.

아이가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야단을 맞거나 친구들에게 놀림이라도 받고 오면 엄마인 당신 자존심이 생채기가 나면서 화가 불길 같이 일어난다. 당신은 선생님에게 전화해서 따지고, 애 친구 집을 찾아가 꼭 사과를 받아낸다. 그 과정에서 그 아이 엄마와 싸우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아이에게는 “친구와 싸우면 절대 먼저 때리지 마라. 그렇지만 일단 쟤가 너를 때리면 가만 두지 말고 박살을 내주라.”고 윽박지른다. 그 과정에서 아이가 얼마나 상처받는지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당신은 한 때 꿈이 있었다. 반짝이는 젊은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저 동네 아줌마가 되었다. 그렇게 당신 인생이 끝나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 남편도 시댁도 당신을 알아주지 않고 누구도 당신의 존재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주기는커녕 남편은 당신에게 이런 소리를 해댄다.

“집에만 있으면서 뭐가 힘들다고 그래?”, “집에서 놀면서 애 공부도 제대로 못 시켜?”, “김부장 애는 이번에 서울대 갔다던데, 김부장 마누라 대단해. 돈도 잘 벌면서 애까지 잘 키우고.”

당신이 존재를 인정받는 방법은 이제 아이밖에 없다. 아이만 잘 커준다면, 아이가 공부만 잘 해준다면 그래도 당신 인생이 실패는 아니라고 이를 깨문다. 애가 전교 1등을 하고 서울대를 간다면 모든 사람이 당신을 서울대를 보낸 엄마라고 우러러 볼 테니까, 동네 아줌마가 된 당신을 누구도 무시하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당신은 아이를 더 몰아붙인다.

솔직하게 말해보자. 당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그 열렬한 욕망은 모성이 아니다. 당신 자신의 인생을 돋보이게 하고 싶은 왜곡된 자기애다. 당신 혼자만 그게 모성이라고 믿고 있는 중이다. 정상적인 모성은 아이를 망가트리지 않는다. 아이를 상처내지 않는다. 그러나 당신의 욕망은 아이를 망치고 있는 중이다. 하루라도 빨리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당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아이를 좋은 사회인으로 성장시키는 것인지, 서울대를 보낸 엄마라는 찬사를 듣는 것인지 깊게 성찰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와 당신 모두를 망치지 않을 수 있다. 아이가 더 상처받기 전에 당신의 왜곡된 욕망의 불씨를 끄자. 그리고 아이를 아이 자체로 바라보자. 당신이 다다른 곳이 어디인지 알게 된 뒤에 후회하면 이미 때는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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