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에 대한 욕망을 보았어 - <모자를 보았어>
물질에 대한 욕망을 보았어 - <모자를 보았어>
  • 승인 2017.02.1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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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경 하브루타 도서관 관장
집 정리를 한다. 버려야 할 물건들이 수두룩하다. 행사장에서 받은 사은품, 충동구매로 구입한 옷과 가방, 스카프, 신발, 아까워 버리지 못한 가전제품에 쓰지 않는 물건들. 이렇게 물건을 정리할 때면 절대 충동구매 하지 말기, 공짜라고 무조건 받아오지 말기를 다짐해보지만 번번이 그 마음이 무너진다.

물질에 대한 욕망을 보여주는 그림책이 있다. 바로 존 클라센의 <모자를 보았어>(시공주니어)이다.

존 클라센은 이미 전작 <내 모자 어디 갔을까?>로 2011년 뉴욕타임스의 ‘올해의 그림책 TOP 10‘에,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 로 2013년 칼데콧 상, 2014년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수상하며 그의 명성을 널리 알려졌다. <모자를 보았어>는 그의 세 번째 모자이야기이다.

두 마리 거북이 길을 가다 우연히 모자를 발견하게 된다. 둘은 서로 써본다. 이들은 ‘둘 다 어울리지만 우리 둘 중 하나만 모자를 갖고 하나는 못 가지면 마음이 안 좋을 거야’라고 하며 모자를 그대로 두고 가버린다.

둘은 가지고 싶은 마음과 이렇게 타협한 걸로 보인다.

하지만 등껍질이 세모인 거북은 멋진 모자를 그냥 두고 왔으니 온종일 마음이 모자에 가 있다.

밤이 되자 세모거북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네모거북 몰래 모자를 향하여 간다. 그런 와중에 네모거북의 꿈 이야기를 듣게 된다, 네모거북 역시 모자에 대한 욕망이 사라진 게 아니라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네모거북은 “꿈속에서 내게 어울리는 모자가 있어???너도 거기에 있어???너에게 어울리는 모자도 있어.”라고 한다. 네모거북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욕망을 꿈에서 달래고 있다. “우리 둘 다 모자가 있다고?” 세모거북은 선택의 기로에서 모자를 바로 앞에 두고 잠시 생각하더니 네모거북 옆으로 돌아간다. 마지막, 둘은 꿈속에서 나란히 모자를 쓰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글과 그림은 지극히 간결한데 책을 덮고 나면 많은 생각이 가시랭이처럼 일어난다. ‘내가 미처 읽지 못한 건 무엇이지?’라는 생각에 다시 보게 만든다. 그리고 등껍질의 무늬를 빼고는 구분이 어려운 두 마리 거북의 순간순간 심리를 파헤쳐 보려 애쓰게 만든다.

사막에서 발견된 하얀 모자라는 물질, 물질보다 관계를 선택한 주인공들. 과연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라면 이 문제를 두고 어떻게 대답할지. ‘물질’과 ‘함께’ 라는 가치를 두고 토론해 보아도 좋을 듯하다.

“왜 부자가 되고 싶니?”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것, 주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들을 쏟아 낸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돈이 있으면 내가 원하는 대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이야기다.

결국 제약적인 현실에서 자유롭고 싶은 인간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 나누게 된다. 이 욕망의 실현을 위해 아이들을 몰아세우고, 또는 자신을 채찍질 하고. 한편, 그것이 인간을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많은 옷을 두고 ‘오늘은 뭘 입지?’하고 고민하는 때가 있다. 없어서가 아니라 새 물건 앞에 또 욕심이 생긴다. 자유롭고 싶은데 오히려 많은 물질이 우리를 구속한다. 하나를 가지면 둘을 갖고 싶고, 둘을 가지면 셋을 갖고 싶어 소비를 하고 그 소비를 감당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고 돈이 필요해 열심히 일해야 하고 열심히 일하다 보니 지치고 사는 것이 팍팍하다.

이쯤 되면 물질의 노예가 되어 산다는 게 실감이 난다.

‘우리 내부에는 여러 마리의 짐승이 사는데 진화심리학은 그중 하나를 본능이라 하고, 프로이트는 다른 하나를 충동이라 하고, 라캉은 또 다른 하나를 욕망이라 부른다.’는 글귀가 생각이 난다.

현실에서 물질은 행복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건 맞지만 우리 내부 짐승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현명한 지혜가 절실한 건 더욱 분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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