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공산당을 막는 진짜 이유
아이들이 공산당을 막는 진짜 이유
  • 승인 2017.02.1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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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저자
학부모 강의를 가서 “제 아이는 지금 나라를 지키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강의를 듣던 엄마들은 ‘아, 애가 벌써 군대에 있구나.’라는 표정을 짓는다. 그 뒤에 “중2예요. 공산당을 막고 있죠.”라고 말하면 객석에서 웃음이 터진다.

“입술을 새빨갛게 바르고 얼마나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하는지 말도 못합니다”라는 얘기까지 하면 강의를 듣던 엄마들은 중2 아이를 가진 나의 속 터지는 마음을 이해한다는 웃음을 보낸다. 중2가 얼마나 부모 속을 썩이는지 온 국민이 다 알고 있을 만큼 중학생 아이들의 부모에 대한 반항과 저항은 어마어마하다.

가끔 또래 엄마들을 만날 기회가 있는데 이 자리는 중학생 자식이 얼마나 기가 막히고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지를 성토하는 자리다. 방학이라는 이유로 해가 중천에 뜬 12시가 돼야 일어나서는 핸드폰만 만지작거린다, 밥 먹으라고 얘기하면 엄마가 해주는 밥은 거들떠도 안 보고 편의점에 컵라면을 먹으러가기로 친구와 약속한다, 외출을 위해 화장하고 머리 만지느라 1시간씩 거울 앞에 앉아있다, 학원에 안 가고 PC방 가겠다는 선언을 당당하게 한다, 혹시 엄마가 충고라도 하려들면 눈을 흘기며 말대꾸를 하거나 소리를 지르며 방문을 잠근다, 엄마를 없는 사람 취급한다. 등의 의견을 나누며 서로를 위로하는 엄마들은 “애랑 있으면 팍팍 늙는다”거나 “서로 안 보기 위해 고등학교는 꼭 기숙사가 있는 곳으로 보내고 싶다”고 한탄한다.

우리 아이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겨울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시내에 나가서 귀를 뚫고 왔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겠다고 친구들을 불러서 온 집안에 염색약을 묻혀놓고 기어이 머리색을 바꾸기도 했다. 외출할 때 풀 메이크업과 컬러렌즈를 장착한 딸아이를 보면 아이 얼굴이 너무 낯설어서 “댁은 누구세요?”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귀밑 3cm 머리를 고수하라고 강요당하던 내 중학생 시절을 생각하면 딸아이 머리를 면도기로 밀고 방 안에 감금시켜야 하는 게 아닌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도 있다.

하지만 딸아이와 나는 알고 있다. 3월이 되면 다시 머리를 까맣게 염색하고 귀를 반창고로 가리고 화장을 지우고 학교에 가야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등교하자마자 핸드폰부터 빼앗겨야하는 학교에서 아이는 다시 공부 스트레스와 싸워야 한다. 아이를 성적으로만 줄 세우는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 몸과 마음이 고된 전투를 시작해야 한다. 아이가 누구보다 그 사실을 가장 잘 알기에 3월이 오기 전, 자신에게 남아있는 이 귀한 시간에 온갖 일탈을 저지르고 싶은 것이다.

보통 엄마들은 아이의 일탈을 막으려 애쓰지만 엄마의 노력은 대부분 헛수고로 끝난다. 엄마들의 압력이 강해질수록 아이들의 저항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중학생 아이들은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담배와 술에 손을 댄다. 학교나 엄마는 인정해주지 않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온전하게 알아주는 게임과 SNS에 집착하고, 공부 앞에서는 한 없이 위축되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드러내기 위해 화장과 외모 꾸미기에 몰두한다. 다른 곳에서는 채워지지 않는 만족감을 준다는 이유로 성관계를 가지는 아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인터넷으로 성매매를 제안해 문제가 됐던 모 국회의원 아들 역시 중학생일 때 이런 일을 벌였다는 사실이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전두엽이 다 성장하지 않은 중학교 아이들은 아직 자라고 있는 신체와 정서, 두뇌로 극심한 스트레스와 끝없는 경쟁 속에서 버텨내야한다. 그 무거운 스트레스를 견뎌내기 위해 아이들은 점점 거칠어지고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니 ‘김정은이 중2가 무서워서 못 쳐들어온다.’는 말은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중학생들이 얼마나 분노로 활활 타오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늦은 밤까지 자지 않고 손톱에 온갖 색깔의 매니큐어를 칠하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답답하고 화가 나기보다는 안쓰럽고 측은한 마음이 드는 것은, 꽃피는 3월이 오면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기준으로만 자신을 평가하는 곳으로 아이가 다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는 아이의 일탈을 너그럽게 눈감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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