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그 귀중한 첫걸음
1학년, 그 귀중한 첫걸음
  • 승인 2017.02.2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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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저자
3월이 다가왔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학교에 들고 갈 가방과 학용품을 준비해놓고 설레는 마음으로 입학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입학식에 참석해 교실에 의젓하게 앉아있는 아이를 바라보노라면 아이가 언제 저렇게 자란 건지 콧등이 시큰해질지도 모른다. 별 탈 없이 잘 자라줬다는 고마움이 밀려오는 이때, 엄마가 반드시 기억해야할 것이 있다.

아이가 많은 시간을 보내던 유치원은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가고 놀고 싶은 영역에서 놀면서 지내는 즐거운 곳이었다. 혹시 친구와 싸우기라도 하면 앞치마를 한 예쁜 선생님이 와서 “싸우지 마세요. 서로 안아주세요.”라고 달래주었고 울 때 안아주었다. 그곳은 경쟁과 점수가 없고 비교와 평가도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유치원을 졸업하고 학교에 와보니 이런 자유로움과 따스함은 온데간데없고 무서운 선생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켜야할 일만 가득하다. 일단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참으며 40분간 자리에 꼼짝 못하고 앉아있어야 하는 것이 가장 괴롭다. 두 번째로 괴로운 일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꾹 참고 선생님 말씀을 들어야만 한다는 거다. 호기심이 가득 찬 아이는 묻고 싶은 것도 많고 참견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친구랑 떠들기라도 하면 야단을 맞거나 벌을 서야한다. 아이 입장에서 억울하고 속상한 일은 교실 내에서 끊임없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유치원을 마치고 학교에 간 아이는 자신을 둘러 싼 세상이 핑크빛이었다가 회색으로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아직은 유치원생 티를 다 벗지도 못한 갓 여덟 살이 된 아이가 학교에 적응한다는 것은 많은 것을 참고 견디는 어려운 과업의 수행이다. 이 시간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그러니 1년, 최소한 1학기만이라도 아이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어야 한다. 힘든 학교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두 팔 벌려 맞아주고 푹 쉬도록 돌봐주어야 하며 학교에서 겪었을 어려움에 대해 들어주어야 한다. 이 시간동안 부모는 아이에게 가해진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사람으로 존재해야한다. 집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에너지를 얻어 다음날 다시 학교에 갈 힘이 생기도록 말이다. 그런데 아이가 학교에 적응하느라 어려운 이때 엄마가 ‘그래,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지금부터 앞서 나가야 해!’라고 각오를 하면서 문제가 생긴다. 아이의 인생이 경쟁에 돌입했다고 생각한 엄마는 학교에 적응하는데도 허덕이는 아이를 학교가 끝난 뒤 더 많은 학원에 보낸다. 태어난 지 겨우 7년 밖에 안 된 아이가 하루 종일 학습에 혹사당하는 것이다. 학교가 끝나면 방과후 교실로, 방과후가 끝나면 학원으로, 학원이 끝나면 학습지를 풀며 녹초가 된 아이는 결국 학교와 학습을 거부하면서 고통으로 몸부림친다. 3~4월에 소아정신과가 ‘학교 거부증’이라는 병명의 아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유다.

아이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머무르는 학교는 아이에게 제 2의 가정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만일 그곳에 가는 것이 행복하지 않다면, 학교가 가기 싫고 무섭다면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활동에 열심히 참여할 수 없다. 선생님 말씀에 따라 학교에서 지켜야할 온갖 교칙과 규범들을 지킬 수도 없거니와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것도 어려워진다. 공부를 잘하게 되기는커녕 자신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라는 자각 때문에 자아존중감 마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1학년은 학교에 대한 첫인상을 만드는 시간이다. 이 첫인상은 아이의 긴 학교생활을 좌우하는 중요한 각인이다. 물론 학교가 끝내주게 재미나는 곳은 아닌지 몰라도 ‘친구도 많고 수업이 끝나면 넓은 운동장에서 신나게 놀 수 있는 좋은 곳’이라는 긍정적인 인상을 가지도록 도와주자. 학교는 경쟁하는 곳이 아니다. 학교는 아이의 친구다. 짧게는 12년, 길게는 16년간 내 아이를 보살피고 교육할 곳이며 아이의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곳이다. 그러니 가방을 메고 교문을 들어서는 아이를 바라보며 ‘이 치열한 경쟁에서 반드시 앞서 나가기를’ 바리지 말고 ‘이곳에서 즐겁게 뛰어놀고 마음껏 성장하기를’ 빌어주자. 1학년, 그 귀중한 첫걸음을 잘 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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