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교사는 만나야한다
엄마와 교사는 만나야한다
  • 승인 2017.03.0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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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저자
새 학기에 엄마들이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것은 아무래도 ‘교사 면담’이다. 어떤 옷을 입고 가는가부터 어떤 말을 할까까지, 고민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교사로부터 아이에 대해 안 좋은 말을 듣지는 않을까 겁도 난다. 사실 상담이 강제는 아니니까 바쁘다고 안 가면 그만이지만 혹시 아이가 학교에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되고 선생님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상담신청을 하게 된다.

교사에게는 상담이 어디 쉬울까? ‘존경하는 선생님’은 옛날이야기가 된지 오래고 지금은 교사에게 이것저것 요구를 하는 황당한 학부모부터 아이 문제를 상담하러 와서는 구구절절 자기자랑을 해대는 엄마들까지, 교사에게 역시 ‘학부모 상담주간’은 ‘고난 주간’이 아닐 수 없다.

엄마와 교사 모두에게 괴로운 경험인 상담을 우리는 도대체 왜 해야 하는 걸까?

잘 아는 선생님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몇 년 전 그 선생님 반에 전교에서 유명한 말썽꾸러기가 배정됐다. 당시 6학년이었던 아이는 수업시간에 떠들어서 교사의 수업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교칙을 예사로 어기고 늘 욕을 입에 달고 사는 문제아였다. 아무리 야단치고 설득해도 그때뿐이고 아이의 말썽은 점점 심해졌다. 선생님은 그때 아이를 진심으로 미워했다고 고백했다. ‘쟤만 없었으면 내가 얼마나 편하게 수업을 할 텐데 저 문제아는 도대체 왜 우리 반에 들어와서 나를 이렇게 괴롭히나.’하는 생각에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를 노려봤고, 마음속으로 ‘올 1년만 참자.’를 수없이 외쳤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아이가 같은 반 친구를 연필로 찍어서 크게 상처를 입히는 일이 생겼다. 응급실로 갈 정도로 큰 사고여서 선생님은 엄마를 학교로 불렀다. 그리고 엄마에게서 그 간에 아이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듣게 되었다.

아이가 저학년 때 아이의 엄마와 아빠는 이혼을 했다. 엄마가 아이를 혼자 키울 사정이 안됐기에 아이는 아빠와 함께 살게 되었는데 아빠가 술만 마시면 아이를 때렸다. 아이가 몇 년간 폭력에 노출된 채 살아온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엄마가 겨우겨우 방 한 칸을 마련해 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그때는 이미 아이가 많이 변한 뒤였다며 엄마는 선생님을 붙잡고 한참을 울었다.

아이는 위 센터(Wee center: 교육청에 소속된 청소년 복지, 상담기관)에서 치료를 받기로 했고 엄마는 피해자 아이 부모와 합의했다. 선생님은 엄마의 손을 잡고 함께 아이의 변화를 위해 함께 힘써보자고 다짐했다. 선생님은 그동안 계속 아이를 미워했었다. 그런데 아이가 얼마나 공포와 폭력에 시달렸는지를 알고 나자 아이의 문제 행동이 미운 것이 아니라 안쓰러워졌다. 선생님 마음속에서 아이가 ‘문제아’가 아니라 ‘피해아동’이 된 것이다. 당연히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아이를 관심 있게 바라보게 되었다. 줄 맞춰서기, 제자리에서 급식 먹기 등 예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행동들도 아이가 하면 아낌없이 칭찬을 하게 된 것은 물론이다. 아이는 센터의 치료, 교사와 엄마의 노력으로 폭력성향을 많이 줄이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아이로 변화했다. 졸업식에 아이가 받은 상장을 들고 엄마는 다시 한 번 눈물을 쏟았고 이번에는 선생님도 같이 울었다. 엄마와 교사의 만남은 아이를 변화시킨다. 때로는 엄마와 교사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엄마와 교사는 아이를 가운데 두고 두 축이 되어 아이의 교육을 떠받치는 사람들이다. 한쪽에 문제가 생겨 아이가 쓰러지지 않도록 두 축은 서로 만나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아이에게 어려움은 없는지, 집에서와 학교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상의하고 위의 선생님처럼 아이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 오해도 풀어야 한다. 그러니 제발 서로 만나자. 만나서 아이를 가운데 두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자. 그래야만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이것이 교사와 엄마에게 주어진 1학기의 가장 커다란 과제다.

참, 김영란법 시행으로 교사에게는 금액에 상관없이 어떤 금품제공도 불법이다. 캔 커피 하나도 처벌대상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학교에 갈 때에는 담임교사에 대한 고마움과 아이 문제를 상담할 진지한 마음만 가지고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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