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받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존중받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 승인 2017.03.0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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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저자
며칠 전 걱정 가득한 얼굴을 하고 한 엄마가 찾아왔다. 그 엄마는 아이가 초등 저학년까지는 말을 잘 들었는데 4학년이 되면서 자기 말을 무시한다고 속상해했다. 벌써 사춘기인지, 아이가 정말 자신을 무시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울먹이던 엄마는 이런 말을 했다.

“자식에게 존중받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자식에게 존중받고 싶다는 마음은 모든 부모의 소망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고생해가며 자식을 키우는 이유 저 밑바닥에는 자식에게 존경받고 싶다는 거대한 욕망이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모 얘기를 귀담아듣고, 부모가 바라는 대로 노력해주며, 부모의 소망을 자신의 소망처럼 생각해주는 자식. 우리가 아이에게 하는 모든 노력은 내 아이가 그런 아이가 되길 바라는 간절함 때문이 아니겠는가? 어떻게 하면 우리는 자식으로부터 존중받고, 존경받는 부모가 될 수 있을까?

구소련의 교육학자 안톤 마카렌코(Anton Makarenko)는 ‘한 사람을 최대한 존중해주면 그에게 최대한의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대한의 요구를 하려면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라는 말이다. 존중이 선행되어야 어떤 요구든 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상대방으로부터 존중을 받으려면 먼저 상대방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당연한 말 같지만 부모자식 사이에서는 이 법칙이 잘 적용되지 않는다. 부모가 먼저 아이를 존중해주어야 아이도 부모를 존중할 텐데, 아이 의견은 무시하면서 ‘엄마 말 잘 들어!’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나를 찾아왔던 엄마에게 ‘존중받는 엄마가 되고 싶다면 아이의 의견을 먼저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 엄마가 집으로 돌아가 이를 실천할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 머릿속에는 ‘아이는 부모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사고만 있지 ‘부모가 아이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개념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가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주지 않고 아이의 의견을 묵살한다면 아이는 자라 부모의 말을 무시하게 된다. 부모로부터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아이를 존중한다는 것은 아이의 생각과 아이의 행동을 존중해주는 것이다.

아이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면 자기 방 벽에 낙서를 하는 것을 여유롭게 바라봐주고, 나가서 뛰어놀고 싶어 한다면 붙잡아 앉혀놓고 책을 읽히지 않는 것이 아이에 대한 존중이다.

부모가 보기에 하찮고 쓸모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이더라도 아이는 아이만의 생각이 있고 아이만의 계획이 있다. 자신만의 취향과 선호도 있다.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고, 싫어하는 것을 하기 싫어하는 것은 아이나 어른이나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니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즐겁게 하도록 하고, 아이가 싫다는 것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 일이야말로 진정 아이를 존중하는 일이다.

“엄마, 학원에 가기 싫어.”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학원 안 가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수학은 안 하겠다는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고 빨리 학원 가!”라고 말하지 말자. 학원을 갑자기 끊는 것은 어렵더라도 ‘왜 가기 싫은지’, ‘안 가면 어떻게 하고 싶은지’ 귀담아 들어보자. 이것이 아이를 존중하는 일이다. 물론 아이를 키우다보면 아이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이 어려울 때도 많다. 하지만 이럴 때조차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아이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준다면 아이는 엄마가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아이를 최대한 존중해주자. 아이와 이야기할 때는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네 이야기는 재미있고 가치가 있다.’는 무언의 신호를 보내자. 물론 아이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이야기를 할 때 다소 잘못된 점이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너무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긍정적으로 들어주는 것, 아이의 잘못을 지적하기 전에 아이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의해주는 것, 이것이 진짜 존중이다. 이것이 전제조건이 되었을 때에라야 비로소 우리는 아이에게 ‘공부해라, 책 읽어라, 양보해라, 더 큰 꿈을 가져라.’ 등등의 요구를 할 수 있게 된다.

부모가 먼저 아이의 생각을 존중해준다면 아이는 커서 부모를 존중하고 존경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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