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소리길’의 소리는 이치의 깨달음이다
‘가야산 소리길’의 소리는 이치의 깨달음이다
  • 승인 2017.03.1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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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前 중리초등학교 교장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인용이 되던 날 ‘가야산 소리길’을 갔다.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는 모두 애국심으로 모였다. 둘로 나뉘어 시끄럽던 국론 분열이 빨리 화합되면 좋겠다. 그래도 마음은 뭔가 공허하다. 채워 넣을 것이 필요한 까닭이리라.

대장경 테마파크 앞 안내판에 섰다. ‘소리길’이란 우주 만물과 소통하고 자연과 교감하는 생명의 소리, 우리가 추구하는 완성된 세계를 향하여 가는 깨달음의 길이며, 귀를 기울이면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세월 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하여 붙인 이름이다.

산행을 하거나 절을 찾아 관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가야산 ‘소리길’은 자연의 소리로만 알고 있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세월 가는 소리로만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추구하는 완성된 세계를 향해가는 깨달음의 길이란 의미도 있단다. 즉 ‘소리(蘇利)’를 말한다. 소리(蘇利)는 ‘이치의 깨달음’이다. 또는 되살아나고 소생하여 이익이 되도록 하는 생명의 소리이기도하다. 여기엔 만물과 소통하고 자연과 교감하여야 한다. 서로 솔직하고, 서로 허용하며, 서로 주고받는 대화이어야 소통이 된다. 그러면서 서로가 맞대어 느껴야 교감이 된다.

‘소리길’을 걷다보면 칠성대 조금 지나면 작은 연못이 있다. 연못 가운데는 섬이 있다. 돌 하나하나에 연꽃무늬가 새겨진 징검다리를 건너면 섬 한 가운데에 커다란 나무가 한그루 서있다. 섬은 ‘나무가 자라는 물고기’모양이다.

제멋대로인 동자승이 스승의 말을 듣지 않다가 물고기가 되었다. 물고기는 지은 죄 때문에 등에 나무가 자라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거나 파도가 칠 때마다 그 나무 때문에 커다란 고통을 느꼈다. 어느 날 스승이 배를 타고 가는데 ‘나무가 자라는 물고기’가 나타나 눈물을 흘리며 참회하였다. 스승은 재(齋)를 베풀어 제멋대로인 제자를 사람으로 환생시켰다. 동자승은 잘못을 뉘우치는 뜻으로 등에 난 나무를 깎아서 목어를 만들었다. 목탁을 만들었다.

‘나무가 자라는 물고기’를 해인사 대방광전(大方廣殿) 벽화에서 보았다. 대방광전 글자 아래에는 파도가 세차게 치는 물위에 스승이 탄 배가 떠 있고 마주바라 보면서 등에 나무가 자라는 물고기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관광 온 사람들이 ‘나무가 자라는 물고기’ 그림을 찾느라고 웅성거리는 모습을 보았다. ‘소리길’ 안내판에는 해인사 대적광전(大寂光殿) 벽화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해인사 대적광전 이름은 보는 방향에 따라서 네 개의 현판이 다르다. 동쪽에 붙은 현판은 금강계단, 남쪽은 대적광전, 서쪽은 법보단, 북쪽은 대방광전이다.

‘나무가 자라는 물고기’는 북쪽에 붙은 현판 대방광전 아래에 있다. ‘팔만대장경’이라 쓰인 장경판전 계단을 오르기 전에 뒤돌아서서 보면 잘 보인다. 알아야 더 잘 보인다. 조선시대 유한준이 쓴 제발문에는 ‘알게 된즉 진실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된 즉 진실로 보이게 되고, 보이게 된 즉 진실로 모으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는 ‘아는 것, 사랑하는 것, 보는 것, 모으는 것’ 중에서 세 가지는 껍데기이며 중요한 것은 ‘잘 아는데 있다.’고 하였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은 여기에서 유래한 듯하다. 양산 통도사와 주차장 사이엔 ‘삼성반월교(三星半月橋)’가 있다. 즉 ‘마음의 다리’이다. 삼성반월(三星半月)은 마음 심(心)이다. 주차장은 속세이고 ‘마음의 다리’를 건너면 통도사는 극락인 것이다. 모두 사람의 마음속에 있다.

통도사 대웅전도 건물의 4면에 편액을 걸어 놓았다. 동쪽이 대웅전, 남쪽이 금강계단, 서쪽이 대방광전, 북쪽이 적멸보궁이다. 석가모니 부처를 모시면 대웅전이고 비로자나불을 모시면 대적광전이다. 같은 건물을 4가지의 다른 이름으로 편액을 걸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해인사는 대적광전, 통도사는 대웅전으로 부른다.

어쩌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인용 판결도 많은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으로 결론이 난 것이리라. 애국심이란 기저를 분명하게 깔고 말이다. 그냥 ‘가야산 소리길’을 걸으면서 ‘소리(蘇利)는 이치의 깨달음이다’고 읊조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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