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국민연금인가?
왜, 국민연금인가?
  • 승인 2017.03.15 11: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병수-국민연금달성고령지사장2
전병수 국민연금공단 대구달성고령지사장
1988년 국민연금제도가 시행된 이후로 국민연금제도가 요즘처럼 국민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적은 없었다. 안티 국민연금은 옛말이다. 반납금이라 해서 종전에 일시금으로 받아간 보험료를 다시 납부하고, 소득활동 중단으로 그동안 납부하지 않아도 된 기간에 대해서도 추가납부를 신청하는 자가 줄을 잇는다. 무엇이 이렇게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한 것일까? 혹시 그동안 제도가 바뀌기라도 한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당시보다도 오히려 줄어들었고, 보험료율은 반대로 오르기조차 하였다. 그렇다면 왜, 국민연금인가?

첫째, 저금리 시대다.

금리가 낮다는 것은 젊은이에게는 호재다. 훌륭한 아이템만 있다면 낮은 비용으로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전의 기회를 이미 넘겨버린 은퇴자에게 저금리는 지옥이다. 어지간한 몫 돈으로는 긴 노후에 충분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동안 저축한 몫 돈을 노후생활비로 곶감 빼먹듯 빼 쓴다는 것은 고통이다. 우리사회가 당분간 저금리시대가 불가피하다고 볼 때, 과거처럼 몫 돈의 퇴직금을 예금해두고 이자로 생활하던 80년대의 은퇴자들의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둘째, 평균수명의 연장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2030년도에는 한국여성의 기대수명이 90.82세로 세계 최초로 90세를 돌파할 것이라고 영국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연구소에서 전망했다고 한다. 기대수명이라 함은 영유아 사망까지 포함한 개념이므로 이미 60대 이상이 된 노인인구의 기대여명 개념으로 본다면 노인인구의 대부분은 거의 100세까지 생존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쯤 되면 내 노후의 상당부분이 내 아들딸 노후와 겹쳐지게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참으로 심각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 노후를 자식에게 의지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요양병원에 누워만 있더라도 평생월급으로 지급되는 국민연금은 가히 매력적이다. 나아가 학자들이 연금수급자와 비수급자 간의 불평등에서 초래될 사회적 갈등을 걱정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지 모른다.

셋째, 높은 수익률이다.

종전까지 국민연금기금 고갈은 국민연금가입을 망설이게 하고, 국민연금이 비판 받는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지금은 기금의 고갈이 국민연금의 높은 수익률을 반증하고, 국민연금가입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물론 국민연금기금의 장기적 고갈 원인에는 높은 수익률 보장 외에도 소득활동인구의 감소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뭐라 해도 보험료부담과 연금급여 수익구조의 불균형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금융기관의 개인연금을 가입해본 사람들은 국민연금수익률이 얼마나 높은지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넷째, 공적연금 외에는 대안이 없다.

2000년대 초 북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서 공적연금 축소와 공적연금의 민영화가 활발히 실험되었다. 특히 칠레의 경우 기존 공적연금을 폐지하고 민영화함으로써 세계의 주목을 받았었다. 하지만 10여 년간의 실험결과는 모두가 다시 공적연금 강화다. 사회가 안정되고 호경기 국면에서는 민간연금이 공적연금보다 분명히 효과적인 측면이 있다. 국가의 부담도 들 수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경기가 부진하거나 고물가 등 사회가 불안해 졌을 때이다. 민간연금은 정작 절실히 필요 때 아무런 역할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공적연금제도는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제도 틀로 온 국민을 아울러야 함에 따른 태생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 국민연금도 현재 약 560조원의 기금이 적립되어 있지만 장기재정균형과 효율적인 기금운영은 당면한 과제이다. 국민연금제도를 실시하는 세계 어느 나라도 똑 같은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는 없다. 모든 사회제도가 마찬가지겠지만, 국민연금제도는 그 사회와 시대상황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재앙이라고까지 말하는 초유의 초고령화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머리를 맞대고 우리에게 가장 잘 맞는 최적의 국민연금제도를 완성해 나가야 하는 이유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