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묻은 가축, 그 이후는?
땅에 묻은 가축, 그 이후는?
  • 승인 2017.03.20 12: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대열 전북대 초빙교수
새해 들면서 좀 뜸해지긴 했지만 우리는 지난 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창궐하여 닭과 오리 등 가금류 3300백만 마리를 살 처분이라는 이름으로 땅 속에 묻었다. 게다가 구제역까지 겹치면서 덩치가 훨씬 큰 소와 돼지도 함께 묻어야 했다. 지난 10년 동안의 통계를 살펴보니 구제역과 AI로 인한 가축 감염병으로 애꿎게 살 처분된 동물의 숫자가 무려 7200백만 마리가 넘는다. 그 중에서도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간간히 병이 나타나고 있지만 작년 한 해에만 3300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땅 속 깊숙이 묻혔다는 것은 너무나 놀랍다. 감염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가 발견되기만 하면 인근 지역을 모두 출입통제하고 구덩이를 파 땅에 묻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당국에서는 이렇다 할 대책을 강구할 새도 없이 이 매뉴얼이 시키는 대로 묵묵히 따를 뿐이다.

구제역과 AI가 발생하면 매뉴얼에 의해서 살 처분으로 땅에 묻는 방법이 되풀이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엄청난 재산의 손실과 국가재정의 투입도 문제지만 정녕 예방이 불가능한 것일까 하는 의문을 떨치기 어렵다. 가축 감염병은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똑같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웃 일본에서는 작년 한 해에 겨우 100만 마리 정도를 살 처분했을 뿐이다.

AI는 흔히 철새들이 날아오면서 병을 옮기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이고 미국이고 중국이고 간에 가리지 않고 날아드는 철새들인데 이들 나라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더라도 우리나라처럼 엄청난 숫자의 닭과 오리가 살 처분되는 일은 없다. 왜 그럴까?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으로 소와 돼지가 감염되었을 때 사전에 예방접종을 했는데도 어째서 병에 걸리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더구나 백신을 맞은 소와 돼지들의 몸에 항체(抗體)가 생겼는데도 발병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문제점이었다. 그렇다면 예방백신은 필요 없는 것 아닌가. 조류 인플루엔자를 예방하기 위해서 철저하게 소독약을 살포했음에도 병이 발생하기도 한다. AI병균이 살포한 소독약을 뛰어 넘어 가축을 감염시킨 것이라면 소독약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물소독약이었다는 뜻이 된다. 예전에 효과가 좋았다고 하더라도 계속적인 관찰과 실험을 통하여 개선된 약을 투여해야 되는 게 아닐까. 미국이나 일본 등지에서는 병균의 진화에 맞춰 새로운 소독약을 개발했기 때문에 가축감염의 숫자가 현저히 차이가 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에서도 과연 그렇게 하고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며칠 전 중앙일보에 대서특필된 와부읍 월문리에 있는 고센농장(대표 이경용)의 사례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센농장에서 사육하는 닭은 머릿수로 대강 2만 마리 정도라고 한다. 모두 토종닭들인데 축사에 가둬놓고 키우는 것이 아니라 방사(放飼)한다. 산으로 날아 올라간다. 온갖 벌레를 잡아먹으며 훌훌 날아다닌다. 물론 사료를 공급하지만 자연방사의 효과는 엄청나다.

철저한 소독도 병행하여 아무런 문제없이 위기에 대처한다. 비록 개인이 운영하는 조그마한 농장 하나의 사례지만 전국의 모든 농장이 벤치마킹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하루 2만 마리씩 땅에 묻은 가축에 대한 그 후 문제를 생각할 때가 되었다. 소와 돼지가 350만 마리, 닭과 오리는 7000만 마리 정도다. 남북한 인구를 합친 숫자와 비슷하다. 현행법으로는 3년에서 5년 동안만 기축매몰지의 발굴과 이용을 금지하고 있어 오래된 곳에서는 이미 논밭 경작을 시작한 곳도 있다. 여기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유전자적으로 어떤 문제가 없을 것인지 예의 추적하여 행여 발생할지 모르는 미지의 문제점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병이 발생하면 무조건적으로 땅에 묻는 방식을 떠나 새로운 백신과 소독약을 개발하여 근본적 예방법을 찾아야 한다. 병든 가축을 멸균분해하거나 소각하는 문제도 검토할 수 있으나 새로운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며 공기오염의 주범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 사전 예방에 총력을 기울인다면 방법은 나올 것이라고 생각된다. 관민이 함께 걱정해야 할 문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