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은 어찌 시를 배우지 않느냐?
너희들은 어찌 시를 배우지 않느냐?
  • 승인 2017.03.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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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前 중리초등학교 교장
따뜻한 봄날을 맞아 근대로의 여행 두 번째 길 청라언덕을 갔다. 청라(靑蘿)는 푸른 담쟁이덩굴을 말한다.

그곳은 작곡가 박태준의 꿈과 추억이 서린 곳으로 ‘동무생각’의 시비가 있다. 원래 제목은 ‘사우(思友)’이다. 푸른 담쟁이덩굴도 백합도 흰 나리꽃도 아직은 피어 있지 않지만 ‘….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동무야/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는 구절이 마음을 안온하게 하였다.

작사는 시조시인 노산 이은상이다. 이은상의 시조는 쉬우며 감미롭고 서정성이 돋보여 뭇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이은상의 ‘진달래’를 읽어보면 그러하다. ‘수줍어 수줍어서 다 못타는 연분홍이/ 부끄러 부끄러워 바위틈에 숨어 피다/그나마 남이 볼세라 고대지고 말더라.’

연분홍의 치마저고리를 입은 색시처럼 수줍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진정 우리 민족의 정서이다.

걸음을 옮겨 이상화 고택에서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읊었다.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잡혔나보다.’는 각인될 구절이다.

이상화는 시의 본질을 생각하면서 시인이 추구한 소재를 저항 시로 썼다. 특히 모든 일상생활이 지사적 면모를 가진 생활인이었다는 점에서 가슴을 뜨겁게 하였다.

공자는 ‘너희들은 어찌 시를 배우지 않느냐?(小子何莫學夫詩)’고 제자들을 꾸짖었다. 공자는 시는 감흥을 일으키며, 사람의 인정스러움을 살피게 하며,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게 하며, 사람으로서 따뜻한 정이 없으면 원망하게도 할 줄 안다고 하였다. 시는 가까이는 부모께 효도하고 나아가서는 나라에 애국하고 새와 짐승과 초목의 이름을 많이 알게 한다고 하였다. 어쩌면 공자의 시 효용론이기도 하다.

시는 사람의 생각에 자극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즉 어떤 구실을 만들게 한다. 사람의 구실을 하려면 먼저 정신이 자각상태에 있어야 하리라.

오감으로 느낄 줄 알고 마음은 풍부한 감수성으로 진선미에 대하여 감동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감흥의 빈자리를 마음속에 마련할 수 있다. 공자가 시경 삼백편의 내용을 한마디로 말하면 ‘마음에 간사한 생각이 없다.’는 구절인 ‘사무사(思無邪)’라 정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경 경편(?篇)은 노나라의 위공을 칭송한 시이다. 이 시에 나오는 열여섯 마리의 말들은 각각 다른 모습으로 행동한다. 수레를 메고 껑충껑충 뛰기도 하고, 수레를 메고 달리기도 한다.

때로는 쏜살같이, 또는 늠름하고 꿋꿋한 모습으로 언제나 장한 말로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 연에는 ‘마음에 간사함이 없는(思無邪)’ 장한 말로 묘사되어 있다.

인간의 증오감, 악랄한 풍자, 절망과 오뇌는 결코 이 시에는 보이지 않는다.

훤칠하고 살이 찐 말은 노나라 위공이다. 그의 정신은 물들지 않고 꾸밈이 없이 자연 그대로이며 결코 마음에 간사함이 없음을 표현하고 있다.

공자는 아들인 백어(공리)에게도 말하기를 ‘사람으로서 시경의 주남 소남을 배우지 아니하면 그야말로 장벽 앞에 서서 더 나아가지 못함과 같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말하는 장벽은 바로 얼굴 앞에 정면으로 가려진 담장인 ‘면장(面墻)’을 말하는 것이다. 무식함을 면하는 것을 뜻하는 ‘알아야 면장(面墻)을 하지.’는 공자의 이 말에서 유래한듯하다.

논어 자로편에서도 공자는 ‘시 삼백을 외우면서 국정을 맡아 처리하지 못하며, 또 사신으로 사방에 파견되어 능히 홀로 외교에 대응하지 못하면, 비록 많이 읽고 많이 외운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하였다. 그날 ‘어찌 시를 배우지 않느냐’를 독백하며 양지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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