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당(闕黨)을 만들지 마라
궐당(闕黨)을 만들지 마라
  • 승인 2017.03.2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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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前 중리초등학교 교장
유치원 다니는 손자 몰래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있었다. 마침 여러 정당 대통령후보들의 토론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언제 방에 들어왔는지 손자가 “할아버지 ○○당, ◇◇당이 뭐예요?”하였다. 얼른 텔레비전을 끄고 유치원 다니는 손자의 얼굴을 빤히 바라다보면서 “으응, 당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단체란다.”하고 얼버무렸다.

원래는 사람들이 쓸데없이 많이 모이는 모임을 당(黨)이라 했다. 쓸데없이 많이 모이다 보니 자연히 시끄럽고 의견이 충돌하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그러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목적이나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당(黨)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자의 글자 모양도 연기가 피어나는 광창에 그을음이 뭉쳐서 검게 묻은 모양이다. 그래서 평균이하의 똑똑하지 않은 사람을 뜻하였다. 평균이상의 똑똑한 사람들만이 모여 산다는 ‘워비곤 호수 효과’의 반대 개념이었다.

논어에 보면 주나라에서는 500호의 마을을 당(黨)이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있다. 공자의 고향마을도 500호가 넘어서 궐당(闕黨)이라고 불렀다.

궐당의 한 소년이 손님을 맞아 분주히 안내하고 있었다. 마침 공자를 찾아 온 어떤 사람이 묻기를 “여기에서 공부에 정진하는 사람입니까?”하고 물었다.

공자는 “나는 그 아이가 버젓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고, 그 아이가 연장자들과 나란히 걸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아이는 정진하기를 추구하는 아이가 아닙니다. 숙성하기를 바라는 아이입니다.”하고 대답했다.

궐당에서의 장명(將命)은 손님과 주인 사이의 말을 전하는 일을 하고 나이도 어느 정도 들었으며 예의를 익힌 소년을 말한다. 그런데 이 소년은 예의를 어기고 성인 어른들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연장자보다는 항상 뒤로 물러서서 걸어야 하는데 버릇없이 앞서거나 어깨를 나란히 걸어갔다.

공자는 이 소년을 장명(將命)직에 있게 하여 손님을 맞이하고 배웅하도록 하였다. 또 좌석에 앉을 때는 진퇴하는 일을 배워 헛된 욕망의 마음을 누르기를 바랐다. 어떤 경우에도 장유의 순서를 알고 예의에 맞게 행동하도록 하려는 교육적 생각이었다. 특별히 사랑해서 우대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공자는 교육을 하면서 아주 면밀하고 용의주도한 생각으로 그 소년에게 친절함을 베푸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소년은 어른처럼 빨리 숙성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오직 남들과 같아지거나 앞서고 싶은 욕심뿐이다.

요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을 하겠다고 한다. 물론 당에서 법적 절차에 따라서 후보자를 내거나 선출하여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자로 내세운다. 없던 당(黨)이 새로 생겨나고 사람들도 모이게 된다. 쓸데없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된다. 더러는 무소속으로 나서기도 한다. 장명(將命)을 받은 사람들은 물론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당내에서 벌써 마찰음이 들린다.

경제에 적용하는 ‘2080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씀씀이가 큰 20%가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원칙이다. 기업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 가운데에서 주요한 20%를 해결하였더니 나머지 80%는 저절로 해결되더라는 이야기이다.

정치의 논리에도 적용시켜 보자. 지지율이 20% 넘었다고 80%의 유권자가 모두 나의 표가 될까? 요즘 파레토의 ‘2080법칙’도 경제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일찍 성공을 바라는 사람을 뜻하는 궐당(闕黨)을 만들지 마라.

자치통감에도 ‘무릇 만물은 빨리 성취하면 일찍 망하고, 늦게 나아가면 잘 마칠 수 있다. 아침에 피는 꽃은 저녁에 시들지만, 무성한 소나무와 잣나무 잎은 겨울에도 쇠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군자는 궐당(闕黨)을 경계로 삼는 것이다.’하였다.

하동읍 송림에는 천연기념물 소나무 이야기가 있다. 맞이 나무, 원앙 나무(부부 나무), 고운매 나무, 못난이 나무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수령이 200년이 훨씬 넘는 나무들로 군락을 이룬다. 각기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용트림하는 몸매와 늘 푸른 잎과 무성한 가지를 자랑하고 있다. 보는 사람마다 감탄과 경이로움을 자아낸다. 소나무는 거대한 송림을 이루지만 절대 숙성의 궐당(闕黨)은 모른다. 어느 누구라도 칼로 소나무를 파서 아름답게 새기는 일은 없었다.

‘진정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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