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의 감정코칭 그림책 <기분을 말해 봐>
유아의 감정코칭 그림책 <기분을 말해 봐>
  • 승인 2017.03.3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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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경 하브루타 도서관 관장
동물 학대 기사를 종종 접하게 된다. 이웃들의 신고에 의해 경찰이 출동하게 되고 그간의 학대 장면을 보여주는데 한결같이 너무 끔찍해 온몸이 소스라쳐진다. 미국은 1873년 동물복지법을 만들어 사람들의 동물을 취급하는 방법과 비록 사람의 식용으로 희생되는 동물일지라도 수송과정에 사료, 물, 휴식을 제공해야 하고 28시간을 초과하지 않고 동물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법률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1972년에, 우리나라는 1991년에 법률 제4379호로 동물보호법을 제정·공포하여 동물학대를 금하고 동물을 적정하게 보호·관리하도록 시행하고 있다.

독일 철학자 칸트는 ‘동물을 폭력적이고 잔인하게 다루는 것은 인간이 스스로 임무를 다하지 못하게 만든다. 인간에 대한 연민이라는 감정을 둔화시키고 도덕심을 약화시키면서 서서히 타락하도록 부추긴다’라고 해 인간과 사회를 위해서라도 동물의 보호는 필요하다고 하였다. 또 ‘동물을 학대하면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인간은 점점 더 잔인해질 수 있고 나아가 이런 학대방임은 사회의 조화를 깨뜨리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인간의 체온은 36.5도. 연민의 온도라 해도 되지 않을까? 아무리 각박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세상이 살만한 이유는 인간이 가진 연민과 도덕성 때문이다.

이런 폭력성을 가진 사람들을 볼 때면 몇 가지 의문이 든다. ‘인간의 잔인성은 어디까지일까?’ 또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잔인해졌을까?’이다. 대개 폭력을 일삼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 고통에는 민감하나 타인의 감정을 읽어내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반드시 그 문제의 줄기를 추적해 보면 부모와의 관계가 나오기 마련이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학대받고 억압받은 시간이 빙산처럼 숨어 있다가 언젠가 수면위로 올라와 반사회적 행동을 조장하는 것이다. 그러니 몇 번을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유아들의 건강한 감정 표현을 도와주는 감정 코칭 그림책이 있다.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 <기분을 말해 봐>이다. 앤서니 브라운은 영국작가로 <돼지책>, <고릴라>, <마술연필>, <겁쟁이 윌리>, <터널> 등 수많은 그림책으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그림책 작가이다. 아마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원화 전시전을 가진 외국작가가 아닐까 한다. 작가의 그림책에는 고릴라가 많이 등장 하는데 이 책에는 침팬지가 나온다.

‘기분이 어때?’로 시작하는 이 책은 감정이란 게 가끔은 세상에 나 혼자 인 것 같기도 하고 폴짝폴짝 뛸 만큼 행복하다가, 눈물이 날 정도로 슬프기도 하고, 때로는 하늘을 걷는 것처럼 자신만만하다가, 숨고 싶을 만큼 부끄럽기도 하다는 다양한 감정들을 글과 그림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넌 어때?‘라고 묻는다.

아이에게 “넌 기분이 어때?”하고 물어보라. 아이의 대답을 들었다면 엄마의 기분도 어떤지 말해주어야 한다. 간단하게 ‘좋다’, ‘싫다’로 말하지 말고 또 부사를 넣어 ‘너무 좋아’,“아주 싫어‘라고만 말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표현해 주어야 한다. 어떻게, 얼마만큼, 왜 그런 기분인지로 표현해 주어야 아이도 구체적인 감정 표현법을 배우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아이도 있다. 무조건 ‘좋다’라고 하는데 전문가들은 부모의 강압적인 환경에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기회를 놓친 때문이라고 한다.

그림책이야말로 공감능력을 기르는데 적격인 매체다. 스토리를 재미있게 읽어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감하며 읽어주는 것이다. 엄마와 함께 등장인물을 위로도 해주고 야단치기도 한다. 칭찬도 해주고 함께 슬퍼해 주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연민을 배우고 도덕성을 기르게 되는 것이다.

개미 일개 부대가 지나간다. “개미야, 어서 지나가!” 서너 살 먹은 아이는 엄마와 함께 길을 가다 개미 먼저 가라고 기다려 준다. 그 모습을 보자 “아이, 이뻐라!” 예쁜 꽃송이를 보는 듯 탄성이 절로 나온다. 생명의 소중함과 배려를 가르쳐준 젊은 엄마에게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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