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들의 봉록은 다 백성들의 기름이다
관리들의 봉록은 다 백성들의 기름이다
  • 승인 2017.04.0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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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前 중리초등학교 교장
어릴 적 서당에서 공부하는 학동들이 명심보감의 치정편을 배울 때면 훈장인 아버지는 항상 “백성들을 지극히 사랑한 사람은 당 태종이다”하였다.

당 태종이 지은 글에 ‘위에는 지시하는 사람이 있고, 중간에는 지시에 따라서 다스리는 관리가 있고, 제일 아래에는 관리의 명령에 따르는 백성이 있다. 관리들은 예물로 받은 비단으로 옷을 지어 입고, 창고에 있는 곡식을 가져다 식량을 한다. 관리들의 봉록은 다 백성들의 기름이다. 제일 아래에 있는 백성은 학대 받기가 쉽지만, 저 위에 있는 푸른 하늘은 속이기가 어려우니라’하였다.

‘이봉이록 민고민지(爾俸爾錄 民膏民脂)’는 ‘관리들의 봉록은 다 백성들의 기름이다.’라는 뜻이다. 관리들이나 관원들의 봉급은 전부 백성들이 바친 비단이나 곡식으로 준다. 모두 농사에 피땀 어린 노력을 하여 정성으로 거두어들인 것들이다. 그러니 함부로 힘없는 백성들을 학대하여 더 이상 부당하게 뜯어가지 마라는 주의 지침이다.

당 태종 이세민은 아버지 이연(고조)을 도와 수나라를 멸망시키고 당나라를 세운 일등공신이다. 고조 이연에게는 세 아들이 있었다. 맏이 이건성과 둘째 이세민 셋째 이원길이다. 황태자 이건성은 이세민을 두려워하였다. 황태자 이건성 밑에는 위징(魏徵)이라는 신하가 있었다. 위징은 황태자 이건성과 셋째인 이원길을 도와 이세민을 죽이려 하였다. 이것을 눈치 챈 이세민은 ‘현무문의 난’을 일으켜 이건성과 이원길을 살해했다.

고조 이연은 이세민을 황태자로 세우고 조칙을 내려 크고 작은 군사와 일반 정치를 모두 태자에게 맡겼다.

당 태종이 된 이세민은 이건성을 도운 위징을 처벌하지 않고 오히려 중용하였다. 그의 인격에 끌렸고 옳은 일에는 굽힐 줄 모르고 직간하는데 큰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위징은 그냥 보통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단지 담력과 계략으로 황제의 생각을 잘 돌려놓았을 뿐이다. 더러는 정면으로 직접 간언하여 당 태종의 마음을 상하게도 하였다. 당 태종의 심기가 불편할 때도 위징의 자세는 당당함 그대로였고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런 위징의 태도에 당 태종은 감정을 억누르며 노여움을 가라앉히곤 했다.

어느 날 당 태종이 아름다운 새매를 구하여 손바닥에 놓고 가지고 놀았다. 그때 멀리서 위징이 오는 것을 보자 새매를 소매 속에 감추었다. 위징은 당 태종에게 업무를 보고하면서 짐짓 시간을 지체하였다. 결국 새매는 당 태종의 소매 속에서 죽고 말았다. 당 태종에게는 위징의 직간하는 태도가 모두 경계토록 하는 말이었고 하나도 이치에 어긋남이 없는 솔직한 말이었다. 어쩌면 그러한 태도의 위징을 생각 이상으로 아꼈던 듯하다.

위징이 병으로 자리에 누웠을 때 당 태종은 위징의 집으로 약을 보내고 왕실 호위 무관을 보내어 기숙하면서 보고토록 하였다. 그러다가 당 태종 자신이 스스로 황태자와 함께 병문안을 가기도 하였다.

자치통감에도 ‘당 태종의 삼감(三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삼감은 세 가지 거울을 말한다. 위징이 죽었을 때, 당 태종은 손수 비문을 짓고 비석에 글씨를 썼다. 그는 망루에 올라 매우 슬피 통곡하면서 신하들에게 말했다.

“사람은 구리거울로 얼굴을 비춰보거나 의관을 고칠 수 있다. 현명한 사람은 옛 것을 거울삼아 흥망성쇠를 알 수 있다. 또 사람으로 거울을 삼아 옳고 그름을 알 수 있다. 이제 위징이 죽었으니 짐은 거울 하나를 잃었구나!”하였다.

사람으로 거울을 삼는다는 ‘이인위경(以人爲鏡)’은 위징을 두고 한 말이었다.

당 태종은 오직 백성을 위한 일에 최우선을 두었다. 그에게 충언을 아끼지 않고 보필한 위징도 훌륭하다 하겠다. 이 태평성대의 시기를 역사상에서는 ‘정관의 치’라고 한다. 사실 ‘기름 고(膏)’는 춘양가의 쑥대머리에 나온다. ‘황금 잔의 맛있는 술은 많은 사람의 피요. 옥쟁반의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 일세.’라는 대목이다.

기름등불은 스스로 자신을 태워 없앤다. 요즘 잔재주를 너무 부리다가 스스로 재앙을 불러온 정치인도 많다. 그 손해비용은 모두 국민의 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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