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인가? - <까마귀 소년>
나는 어떤 사람인가? - <까마귀 소년>
  • 승인 2017.04.0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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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경 하브루타 도서관 관장
아시아 최고 갑부인 이가성회장과 운전수의 일화가 있다. 30여 년간 회장의 차를 몰아온 운전수가 마침내 떠날 때가 되자 노년을 편히 보내라고 200만 위엔(3억 6천만 원) 수표를 건넸더니 운전수는 사양하며 “저도 이천만 위엔 정도는 모아 놓았습니다.”하더라는 이야기다.

월급이 5~6천 위엔(100만원)밖에 안 되는데, 어떻게 그렇게 거액의 돈을 저축해 놓았느냐고 묻자 운전수는 회장이 뒷자리에서 전화하는 것을 듣고 회장이 땅 살 때 마다 혹은 주식을 살 때마다 조금씩 구입해 놓았더니 현재 자산이 이천만 위엔(36억)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의 인생이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바뀐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화다. 이렇게 좋은 만남도 있지만 잘못된 만남으로 되돌릴 수 없는 운명의 길을 가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다.

청소년 시절 친구를 잘못 만나 비행에 빠지는 예도 그렇고 최근 박근혜와 최순실의 비극적 사태를 보면서 사람과의 만남이 인생에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오늘 소개할 그림책은 만남의 소중함을 또 한 번 생각게 하는 야시마 타로의 칼데콧 수상작 <까마귀 소년>이다. 야시마 타로(1908~1994년)는 일본의 가고시마현에서 태어나 동경예술대학과 뉴욕아트 스튜던트리그에서 공부를 한 작가다. 전쟁이 한창이던 때에 반군국주의자였던 작가는 일본에서 살 수 없어 미국으로 옮겨갔는데 그의 칼데콧 수상작으로는 까마귀 소년 외 빨간우산, 바닷가이야기가 있다.

주인공은 어리고 작아서 땅꼬마라고 불리는 초등학생 소년이다. 소년은 학교 첫날부터 적응이 잘 되질 않는지 늘 뒤처져 선생님은 물론 친구들에게 무시당하며 따돌림을 당한다. 그래서 늘 외톨이다.

하지만 소년은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저 먼 산골짜기 집에서 타박타박 걸어 학교로 온다. 그러다 6학년이 되어 새로 온 열성적인 이소베 선생님을 만나게 되는데 땅꼬마는 이소베 선생님의 애정 어린 관심으로 친구들에게 자신을 보여줄 기회를 갖는다.

땅꼬마는 머루가 산의 어디에 자라는지, 꽃 이름은 무엇인지 자연에 관한 것이면 죄다 잘 알고 있어 친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게 된다.

선생님의 배려로 학예회 무대에서는 다양한 까마귀 소리를 발표하게 되는데 마지막 ‘까우우워워아악! 까우우워워아악!’ 고목나무 위에 앉은 까마귀 울음소리에서 사람들은 6년간 외롭고 힘들었을 소년의 시간을 이해하게 된다.

그제야 학예회 참석한 어른과 아이들 모두 눈물을 흘리며 땅꼬마를 힘들게 했던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빈다.

까마귀 소년이 이소베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소년은 자기가 얼마나 소중하고 존중 받아야 할 사람인지 알지 못 했을 것이다. 땅꼬마라고 놀렸던 친구들은 자신들과 다르다는 것이 틀린 것이 아니란 걸 알았을 것이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가 생각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처럼 누구나 다 예쁘고 소중한 존재라는 걸 이소베 선생님이 깨우쳐 주신 것이다.

낯선 곳을 찾아갈 때 사람들에게 길을 묻게 된다. 요즘이야 스마트폰의 앱을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앱이 있어도 실수를 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 도착지 근처에서 반드시 사람에게 물어보게 된다.

친절하고 길을 잘 아는 사람을 만나면 한번 만에 즐겁게 그 곳을 찾아간다. 하지만 때론 바쁘게 지나가는 몇 사람을 붙들고 물어도 ‘나도 모른다’는 대답을 들을 때면 참으로 암담하다. 그럴 때 결심한다. ‘아, 나는 누군가에게 길을 잘 안내 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말이다. 이렇게 사소한 일에도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 이소베 선생님을 보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다시 되물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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