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
  • 승인 2017.04.13 10:5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저자
한 인간에게 있어 부모의 영향력을 어디까지 볼 것인가는 심리학의 풀리지 않는 숙제다. 부모 때문에 자신이 인생이 망가졌다고 울부짖는 사람을 TV에서 보게 되면, ‘인간에게 있어 부모의 존재란 얼마나 어마어마한가?’ 혀를 내두르다가도 부모에게 버려졌지만 잘 성장해서 좋은 사회인이 되고 훌륭한 부모가 된 사람들을 만나면 ‘부모를 탓하는 것은 역시 변명인가?’ 갸웃거리게 된다.

모든 학자들이 동의하지는 않겠지만 대체적으로 심리학에서는 인간을 형성하는데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을 반반정도로 본다. 환경적 요인에는 가정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이외에도 살면서 만나게 되는 많은 사회적 요인들이 다양하게 인격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유전적 요인은 그보다는 간단하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적 요인은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부모로부터 많은 것을 물려받는다. 외형적인 조건뿐만 아니라 성향, IQ, 기질과 취향까지 고스란히 물려받기도 한다. 이렇게 물려받은 것들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바꾸기가 어렵다.

내성적이 성격이 싫어서 좀 외향적으로 바꾸고 싶어 하지만 내성적인 사람이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오지랖 넓은 부녀회장님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차분하지 못한 성격이 싫어서 자신의 성격을 고치겠다고 이를 꽉 깨물어도 동네 반장을 하던 성격으로 십자수를 놓으며 살 수는 없다. 성격을 바꾸려는 우리의 노력은 대부분 수포로 돌아간다. 부모가 물려준 한심한 기억력, 음식을 고르는 취향, 운동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성향은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본인이 본인의 성격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괜찮다. 자신의 의지로 자신을 바꾸려는 시도야 누가 막을 일은 아니다.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아니니 말이다. 문제는 부모가 자식의 성격을 바꾸려고 할 때 생긴다.

아이를 바꾸고 싶은 부모의 이유는 참으로 다양하다. 자식이 나를 닮아 소심한 것이 싫어서, 자식이 나를 닮지 않고 소심한 것이 싫어서, 자식이 남편을 닮아 덤벙대는 것이 싫어서, 가족 중에 아무도 그런 사람이 없는데 덤벙대는 것이 싫어서, 가지각색의 이유로 부모는 아이를 바꾸고 싶어 한다. 소심하고 차분한 아이에게 전교회장에 나가보라고 하거나 발표력을 키우라고 윽박지르는 것,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많은 아이에게 가만히 앉아있으라거나 뛰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은 다 그런 노력들이다.

부모로부터 “너는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를 계속 들은 아이는 ‘내가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무언가 잘못하고 있구나.’라고 느끼면서 자기 스스로에게 열등감을 가지게 된다. 공연히 아이의 자존감만 무너지는 것이다.

인간의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 아이의 성격을 바꾸기 위한 부모의 노력은 대부분 허사로 돌아가고 아이는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데 남은 인생을 허비하게 된다.

그렇다면 부모는 아이의 성격형성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유전적 요인은 아니지만 성격의 다른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아이의 가치관, 아이의 긍정성,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 아이의 자존감 등은 부모가 얼마든지 바꿔줄 수 있다. 사실 이것들은 아이의 유전적 성격보다 아이가 자신의 삶을 꾸려 가는데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머리가 좋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사회에서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비관적인 자세와 나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성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비관적 태도로는 어려운 고비를 거뜬히 뛰어넘을 수 없고, 나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주변에서 도울 리도 없다. 그러므로 성공한 리더가 되거나 좋은 사회인이 되기 위해서는 능력이나 IQ보다 그 사람의 가치관, 긍정성과 좋은 자세가 훨씬 더 중요하다.

아이가 가진 것들 중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하지 말자. 특히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다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망가트리는 짓은 제발 하지 말자. 부모가 물려준 긍정적인 가치관과 어려움에 대처하는 강한 자존감이 있다면 거친 세상에서 얼마든지 잘 살아나갈 수 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