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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고등어를 위하여 - <나는 고양이라고>

기사전송 2017-04-26, 21: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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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경 하브루타 도서관 관장
어릴 적 생선 눈알을 몹시 좋아한 적이 있다. 어머니가 생선을 구워주시면 동생과 앞 다퉈 먼저 눈알을 앞뒤로 순식간에 빼 먹었다. 조그맣지만 그 고소하고 색다른 눈알의 식감이란 생선을 만나는 즐거움이었다. 눈알이 몽땅 뽑힌 채 접시에 놓인 몇 마리의 생선,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연민의 감정이 자라서는 눈알을 먹으며 ‘내가 참 야만적이다!’란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작은 멸치나 날치알을 먹으면서도 ‘헉! 도대체 내가 몇 마리나 잡아먹는 거야?’ 멸치들의 대학살로 상상이 이어지기도 하는데 이런 쓸데없는 상상 때문에 통닭이든, 소고기든 많이 먹지를 못한다. “무슨 소리, 잘도 먹는 걸 내가 봤는데”라고 나의 허언을 증언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많은 양의 주검을 두고 좋아하는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는 이야기다.

대승불교의 기본 계율중 하나가 살생금지다. 그래서 스님들은 육식을 하지 않는다. ‘어떤 존재도 미워하지 않고 살아 있는 생물을 생각만으로도 죽일 수 없다. 만물이 여러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고 연민과 동정심을 길러야 한다.’라는 것이 불교의 전통적 보살관이다. 이것은 비단 먹는 것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 인류에 대한 연민과 동정심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다. 오늘은 불교관이 뚜렷이 느껴지는 그림책 작가 ‘사노 요코’ <나는 고양이라고>를 소개 해 드리려고 한다.

고등어를 무척 좋아하는 고양이가 있다. 어느 날 모자를 쓰고 파이프를 입에 문 채 말끔한 차림으로 아침에도 고등어, 점심에도 고등어 저녁마저 또 고등어를 먹을 생각을 하며 산책을 한다. 그 때 어디선가 고등어 떼가 출몰, “네가 고등어를 먹었지”라며 공격해 오는데 세상에 숲속에 고등어라니! 말도 안 되는 상황을 피해 허겁지겁 달려 극장 안으로 들어가 숨 고르기를 하는데 둘러보니 극장 안도 고등어 떼로 가득 차 있다. 다시 혼비백산하여 숲으로 돌아가 보니 그제야 숲은 여느 때와 같이 고요하다. 고요한 숲속에서 고양이는 다시 여느 때의 고양이로 돌아가 떨어진 모자와 파이프를 물고 고등어 먹을 생각을 하며 산책을 계속한다.

사노 요코는 <백만 번 산 고양이>의 작가다. <백만 번 산 고양이>가 훨씬 더 많이 알려졌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고양이라고>가 더 재밌다. 전자가 윤회와 진정한 사랑을 말하는 거라면 후자의 <나는 고양이라고>는 살생과 습성에 관한 주제라 좁혀 말할 수 있다.

출판사의 소개 글에는 강자와 약자라는 단서가 있는데 이것 역시 강자인 고양이가 약자인 고등어를 잡아먹는 이야기니까 불교관점에서 살생이다. 그것도 지나치게 많이 잡아먹고 그것으로 호의호식하는 고양이. 모자에 파이프, 산책과 영화관을 즐기는 문화적인 고양이의 모습에서 약자의 노동 착취로 배부르게 사는 악덕 기업주 또는 권력을 쥐고 횡포를 일삼는 갑의 이미지가 쉽게 떠오른다.

고양이는 고등어에게 혼이 나고도 다시 고등어 먹을 궁리에 빠진다. 쉽게 습성이 바뀌지 않는다.

고양이는 분명 사회 강자다. 쉽게 자기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자기에게 손해가 가는 조그만 변화조차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차지하고 누릴 수 있을까 궁리할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고양이가 되라고 가르친 건 아닐까?

“얘야, 너도 고양이가 되어라.”“고양이가 되어서 무엇 하나요?”“고등어를 잡아먹을 수 있지.”“고등어는 누구인가요?”“너의 친구고 약한 이웃들이지.”“어머니,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얘야, 연민과 동정 따윈 고등어를 먹는데 방해가 될 뿐이란다.” 이렇게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고양이가 되라고 말하겠는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세상이 살만한 곳이란다.” 말하기위해선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앞에 놓인 커피 한 잔, 우리가 입고 있는 청바지 또는 컴퓨터가 누구의 땀과 눈물로 만들어졌는지 이야기 나누자. 이 세상 약자인 고등어를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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