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책을 읽히는 유일한 방법
아이에게 책을 읽히는 유일한 방법
  • 승인 2017.06.1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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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저자
지금 아이들에게 책 읽기는 즐거움이 아니라 의무다. 엄마와 학교는 함께 힘으로 모아 아이에게 ‘독서’라는 의무를 강요한다.

독후감을 쓰게 하고, 독서기록장이나 독서카드를 쓰게 하기도 하며, 집을 온갖 전집류로 도배한 후 읽으라는 무언의 압박을 주기도 한다.

분명 독서는 즐거운 것인데 언제부터 책읽기가 이렇게 의무적인 숙제가 되어버린 것일까?

책읽기의 중요성은 점점 강조되고 있는데 지금 아이들의 환경은 책을 읽기에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가 자랄 때만 하더라도 집은 지루한 곳이었다.

밖에 나가서 놀다가 들어오면 집안일을 돕거나 책을 읽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집안일을 하기 싫은 아이들은 책을 펼쳐 들었다. 나가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책을 읽었다.

TV는 7시가 지나야 시작했고, 그나마 채널이 3~4개 밖에 안됐으니 책보는 게 더 나았다.

책이 흔하지 않아서 형이나 누나가 읽는 것을 물려받아 침을 묻혀가며 읽었다.

하지만 지금은 집에서 책을 읽는 것이 쉽지 않다.

일단 거실에 있는 커다란 TV에서 100여개가 넘는 채널을 통해 끝없이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하루 종일 보여준다.

이런 TV가 방방마다 있는 집도 있다.

그뿐인가? 컴퓨터는 언제든 재미있는 게임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고, 태블릿 PC도 책상위에 놓여있다.

마지막으로는 가장 막강한 핸드폰이 손에 들려있다.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 넘쳐나는 환경에서 재미없는 책을 읽기란 쉽지 않다.

아이들이 재미있는 것들을 하느라 책으로부터 멀어지니 엄마는 점점 더 의무감을 가지고 책을 읽히려 든다.

왜 책을 읽지 않느냐고 야단치고, 그만 놀고 책을 읽으라고 윽박지른다.

책을 읽고 난 느낌을 남겨야하는 숙제는 필수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이렇게 억지로 책을 읽은 아이가 자라서 정말 책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아이는 책을 좋아하는 어른이 될까? 그럴 리 없다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아이들을 책과 친하게 해줄 수가 있을까?

아이가 책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자.

아이는 책을 읽어달라고 졸랐다. 책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 책을 읽은 것도 아니고 더 훌륭한 인간이 되려고 읽은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아이는 그저 책이 재미있었다. 책 속에는 자신이 모르는 새로운 세상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났다.

사실 아이들은 상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함께 사는 존재들이다. 아이들은 현실 속에 살면서도 곧잘 상상의 세계로 빠져든다.

목에 보자기만 둘러주면 금방 슈퍼맨으로 변신하는 아들이나, 엄마 하이힐을 신는 순간 백설공주로 변신하는 딸은 상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이 책을 읽는 이유는 공주와 왕자, 공룡과 슈퍼히어로가 존재하는 책 속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기 때문이다.

읽은 책을 또 읽어달라고 조르는 아이는 다시 그곳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하다. 아이를 책과 친구가 되게 하려면 이 모험과 환상이 가득한 곳으로 자주 초대하면 된다.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책을 여행했던 아이는 이 즐거움을 잊지 못하고 자라서도 책과 친한 사람이 된다. 그 환희와 기쁨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인 아이에게 “네가 읽어. 너 한글 읽을 줄 알잖아.”라고 말하면 아이는 이 세계로 쉽게 진입할 수 없다.

글자에 갇혀서는 내용에 푹 빠지기 힘들고 상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하기 어렵다. 그러니 “스스로 읽어. 많이 읽어.” 라고 말하지 말고 엄마가 읽어주자.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되는 유일한 방법은 엄마가 읽어주는 것이다.

교육학자들은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도 읽어주기를 권하고 있다.

하지만 사춘기가 찾아온 중학생 아이를 앉혀놓고 책을 읽어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최소한 초등학생 때에는 엄마가 읽어주자.

아이에게 읽으라고 하지 말고 엄마가 읽어주는 것, 이것이 아이가 책과 친해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영국 동요인 마더구즈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그래, 그래. 너희 집엔 대리석 계단과 아름다운 정원. 그래, 그래. 너희 집엔 비단 옷과 번쩍이는 보석. 그래, 그래. 너희 집엔 맛있는 음식과 공손한 하녀들. 하지만, 하지만 우리 집엔 책 읽어주는 엄마가 있단다.”

책 읽어주는 엄마는 아름다운 정원과 번쩍이는 보석과 맛있는 음식과도 바꾸지 않을 만큼 아이에게 귀중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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