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감염 여성에 대한 마녀사냥을 멈춰라
HIV감염 여성에 대한 마녀사냥을 멈춰라
  • 승인 2017.06.1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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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사진
김지영 레드리본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
최근 한 여성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했다.

경남의 모신문사는 “창원 20대 여성 HIV감염 확인, 최근까지 성매매 추정....소재 파악 중, 감염확산 방지 등 지역보건 ‘비상’”이란 제목의 기사를 지면과 인터넷에 게재했다.

이 신문사는 뒤늦게 인터넷 기사를 블라인드 처리했지만 이미 여러 인터넷 매체와 블로그 등에서 여과 없이 퍼 나른 뒤였다.

하루 만에 SNS 상에 4천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리는 등 5월 마지막 주는 에이즈에 대한 공포, 성매매여성과 HIV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에 따른 불안으로 시끄러웠다.

한 여성이 산부인과 진료를 받던 중 HIV 양성 진단을 받았다.

이는 보도할 사안이 아닐 뿐만 아니라 HIV감염인 개인에 대한 보도화는 인권을 침해할 뿐 유익할 것이 없다.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제7조(비밀누설금지)나 의료법 제19조(개인의료정보 누설금지)의 보호법익은 감염인과 병력자의 인권이다.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에 의하면 HIV감염인에 대한 보호지원, 진단, 진료, 간호, 기록 등의 업무를 하는 사람은 감염인에 대해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된다.

또한 질병관리본부가 발간한 ‘언론과 미디어를 위한 HIV/AIDS 길라잡이’에도 ‘감염경로 부각’, ‘HIV감염인의 신상명세를 취재, 보도’, ‘공포감 조성을 유발하는 자극적인 단어 사용’, ‘헤드라인을 자극적이고 위협적인 내용으로 보도’하는 것을 삼가도록 하고 있다.

시급히 심신의 안정과 정보제공이 필요한 때에 이 여성에게 돌아온 것은 불안과 공포의 유발자이자 원인자로서의 낙인이었다.

유포된 기사는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여성의 정보를 드러내고 “소재 파악이 안돼” “비상”이 걸렸다고 호도해 한 여성의 행동자유권을 극심하게 제한했다.

더군다나 성매매 여성이라고 추정하여 언론과 행정기관에서는 이 여성을 당장 찾지 않으면 감염이 확산될 것처럼 공포를 조장했다.

이는 성매매 여성이 에이즈를 확산시키는 ‘진원지’라는 편견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성매매자를 격리하고 성구매자를 보호하는 행태에서 비롯된 처사로, HIV감염인을 격리시켜 비감염인을 보호하겠다는 이른바 배제, 격리의 반인권적인 보건행정의 연속선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1997년 UNAIDS(유엔에이즈)는 ‘HIV 검사와 상담에 관한 정책강령’에서 자발적 익명검사, 비밀보장, 충분한 설명과 상담이 토대가 된 HIV검사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 정책강령에 비추어보더라도 이 여성은 HIV감염인으로서 보호, 지원 받아야 할 적법한 절차와 조치를 받지 못했다.

검사를 한 병원과 보건소가 할 일은 HIV양성 진단을 받고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를 이 여성에게 충분한 상담과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도리어 이 여성이 치료를 받고 자신을 돌보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잠적한 범죄자를 쫓는 뉘앙스의 기사를 보고 보건소를 찾아 상담을 받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치료를 받기위해 병원을 찾을 엄두를 낼 수 있겠는가?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너는 내 운명’이라는 영화로 재조명된 2000년대 초 전남 모 도시의 사건이 교차됐다.

그 당시에도 HIV 감염 여성에 대한 마녀사냥은 오늘날과 다르지 않았으며, 심지어 그 가족에 대한 신상과 부부 간의 성관계 횟수까지 기사화 될 정도로 개인과 한 가족의 프라이버시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한 사건이었다.

그 이후 15년이란 꽤 긴 시간이 흘렀지만 달라진 것은 별반 없는 듯하다.

정부 당국과 언론에 의해 자행된 한 여성에 대한 마녀사냥.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언론중재위원회에 의하면 일본은 에이즈 발생초기 언론에 의해 자행되었던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해 자성적인 목소리를 내었고, 교토통신은 1987년 2월 24일자로『에이즈환자에 관한 개인적 보도에 대해』라는 내용으로 7가지 보도 원칙을 가맹사에 배포하였다고 한다.

이후 일본 내에서는 에이즈에 대해 개인적 보도를 함에 있어 인권보호와 프라이버시 존중에 큰 주안을 두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인권 의식의 고양으로 늘어갈 것이 자명한 에이즈를 이겨나갈 수 있는 정신적 토양이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도 에이즈 발생 30년이 넘었다. 에이즈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넘어 그간의 상처를 치유로 이겨나갈 안목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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