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는 왜 검게 변했는가 - 이 운명을 어찌하리
까마귀는 왜 검게 변했는가 - 이 운명을 어찌하리
  • 승인 2017.07.0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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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연전에 터키를 여행했을 때 이스탄불의 성(聖)소피아 사원에 들린 적 있습니다. 이스탄불을 방문하는 목적이 바로 이 사원을 보기 위해서라고 할 정도로 이곳은 이스탄불 여행의 필수적인 장소입니다.

이곳에서 관광 안내원으로부터 ‘무슨 까마귀’라는 말을 얼핏 들은 것 같았습니다. 그 때에는 일정에 쫓겨 대충 돌아보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영화 ‘헤라클레스’를 보는데 검은 까마귀 떼를 마음대로 부리는 ‘하데스’가 나오기에 함께 검색해 보았습니다.

‘하데스의 까마귀’는 아일랜드 민족시인 예이츠(W. B. Yeats)가 이스탄불을 돌아보고 쓴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Sailing to Byzantium)’에 나오는 한 구절이었습니다. 비잔티움은 이스탄불의 옛 이름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성소피아 사원 천장에서 검은 까마귀 모습의 그림을 본 듯도 하였습니다.

예이츠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 하데스의 까마귀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한 것일까요?

하데스의 까마귀는 원래 흰색 털을 가졌고 아폴론의 심복이었다고 합니다.

이 무렵 아폴론신은 다프네를 사랑했지만 에로스 때문에 실패하고 한동안 비관주의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여인 코로니스를 만나게 되자, 이번에는 두 번 다시 실패하지 않으려고 온갖 정성을 다 쏟아 마침내 코로니스는 임신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아폴론은 태양의 신이자 예언의 신, 예술의 신, 의술의 신이기도 하였으므로 할 일이 너무 많아서 항상 코로니스 곁에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심복인 하얀 까마귀에게 코로니스를 잘 돌보라고 하고는, 정기적으로 가야하는 길을 따라 멀리 떠나게 되었습니다.

아폴론이 떠난 뒤 코로니스는 외로웠지만 뱃속의 아이를 생각하면서 잘 버티었습니다.

그런데 이 무렵 한 청년이 너무나 아름다운 코로니스를 좋아하여 열렬하게 구애를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끄떡도 않던 코로니스였지만 기다림에 지친 나머지 그만 총각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이에 아폴론의 부하 흰색 까마귀는 어느 편에 설까 망설이다 그만 이 사실을 아폴론에게 보고하고 말았습니다.

몹시 화가 난 아폴론은 코로니스를 향해 활을 쏘았고, 화살은 가슴에 명중되고 말았습니다. 분노와 흥분을 이기지 못했던 아폴론은 곧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면서 서둘러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사랑했던 여인 코로니스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습니다. 코로니스의 뱃속에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폴론은 이 아이마저 죽일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아이를 꺼내어 정성껏 키웠습니다. 이 아이가 바로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입니다.

코로니스의 죽음을 너무 슬퍼한 아폴론은 그 책임을 누군가에게 돌리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바로 자신의 부하였던 흰색 까마귀에게 덮어씌웠습니다.

이에 아폴론은 흰색 까마귀에게 뜨거운 태양의 열을 가하는 벌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흰색 까마귀의 털은 까맣게 타버렸고, 그것이 바로 까마귀의 색으로 굳어져 지금까지 내려온다는 것입니다.

그 뒤 까마귀는 지하세계로 쫓겨 갔고 거기에서는 하데스의 부하가 되었는데, 이에 예이츠는 이 까마귀의 입장을 깊이 생각하여 시를 읊은 것으로 보입니다.

까마귀의 털빛을 보고 만들어낸 인간의 신화, 그 속에 깃든 은유와 비유에서 우리가 찾아내어야 할 가치는 참으로 깊은 듯합니다. 우리는 과연 이 이야기들 속에서 무엇을 찾아내어야 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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