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입양을 권한다 - <어느 개 이야기>
반려동물, 입양을 권한다 - <어느 개 이야기>
  • 승인 2017.08.02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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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경 하브루타 도서관 관장
어릴 적 우리 아이들은 곤충이나 동물을 유난히 좋아했다. 놀이터 근처에서 온갖 곤충을 채집하여 집으로 가져오면 그 바글거리는 것들로 징그러워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아파트 사이로 빈터가 있는데 그 곳에는 저 세상으로 간 곤충과 동물들의 무덤이 있었다. 한 번은 키우던 햄스터가 죽어버리자 눈물의 편지까지 써서 무덤 앞에서 읽기도 했다. 막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우리집에 온 강아지는 지금껏 ‘별이’라는 이름으로 16년째 우리와 가족이 되어 잘 살고 있다.

‘돌아온 유기의 계절’이라는 어느 뉴스기사의 타이틀이 눈길을 끈다. 본격적인 피서철이 되면 키우던 동물들을 피서지로 데리고 가, 그곳에 버리고 사람들만 돌아온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프랑스에서도 7, 8월 휴가철에 버려지는 동물이 1년 중 가장 높단다.

그래서 애완동물을 유기할시 최대 2년여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제도가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가브리엘 뱅상의 <떠돌이 개>라는 그림책이 떠오른다.

먼저 가브리엘 뱅상(1928~2000)을 보자. 그녀는 벨기에의 대표적 그림책 작가다.

뛰어난 데생 실력과 탁월한 감수성으로 인생에 대한 진지한 메시지를 전해주었는데 일상적인 삶을 소재로 인간적인 진실과 따스함을 전해준다.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그래픽 상, 프랑스 재단 협회상, 톰 푸스 상, 플랭탱 모레튀스 상 등 여러 상을 받은 거장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그의 작품은 <비오는 날의 소풍><박물관에서><떠돌이 개><거대한 알><거리의 악사> 등 수십 편이 있다. 그중 <떠돌이 개>는 <어느 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바뀌어 현재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데생으로 그려진 이 책은 글자 없는 그림책이지만 그 어떤 책보다도 많은 이야기와 여운을 남겨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느 날 주인의 차에서 버려진 개 한 마리, 주인의 차를 따라 미친 듯 달려보지만 차의 속도를 따라 잡을 수 없다. 주인은 단지 흘깃 한 번 되돌아 볼뿐, 속력을 다해 달아나 버린다.

책을 보는 독자들은 주인이 개를 버렸다는 걸 알고 있지만 정작 주인공인 개는 알지 못한다. 떠돌이가 된 개는 처음 와 보는 낯선 장소에서 막막하기만 하다. 길은 어디로든 열려 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 한시바삐 주인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듯 냄새를 맡는다. 집을 찾아 나서기 위해 위험을 무릎 쓰고 도로 위를 뛰어다니는 모습이 안쓰럽다. 설령 집을 찾아간다 하더라도 주인의 반응을 우린 벌써 예상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필요에 따라 이용하다 가차 없이 버릴 수 있는 것이 인간이라면 개는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한 여름 복날, 주인이 잡아먹기 위해 몽둥이를 내리칠 때 요행히 달아나다가도 다시 부르면 주인에게로 달려오는 동물이 개이고, 그 개를 다시 몽둥이로 가격해 잡아먹는 것이 인간이다. 이럴 땐 개를 보면서 배운다. 다행히 그림책 속 주인공 개는 어린 소년과의 만남으로 과거 나쁜 주인을 잊고 새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해피 엔딩이 예상된다.

장난감처럼 샀다가 싫증이 나면 다 쓴 물건을 폐기하듯 아무 죄책감이 없이 밖에 버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1953년부터 시작된 ‘해외입양최대 송출국’이란 이미지를 이제 겨우 내려놓나 했는데 이젠 내다버린 강아지들로 ‘강아지 최대입양 송출국’이란 소리까지 들을 판이다.

강아지나 고양이는 절대 애견 숍에서 팔지도 사지도 말아야 한다 생각한다. 키우고 싶다면 입양을 적극 추천한다. 그래야 불법강아지공장이 문을 닫게 될 것이다. 강아지나 고양이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다. 반려동물이란 가족인 것이다. 새 식구를 들인다는 것은 즉흥적으로 절대 결정해서는 안 되는 일. 가족 간의 진지한 회의가 있어야 하고 어떻게 키울 것이며 드는 비용까지 의논해서 신중하게 입양되어야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천만 명 시대. 제발 개만도 못한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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