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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고

피서, 문화탐방도 한 방법이다

기사전송 2017-08-14, 19:5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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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 교장
더위를 피하여 안동에 갔다. 안동댐에 있는 월영교를 걸었다. 덥기는 하지만 물위에 놓인 다리 위를 걷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잊을만했다.

1998년 무덤 속에서 한글 편지와 남편의 쾌유를 비는 마음으로 자신의 머리카락과 삼을 엮어서 만든 미투리가 발견됐다. 조선시대 사랑과 영혼이라 일컬어지는 ‘원이 엄마’이야기이다. 그 테마 길에는 이야기 스토리텔링 개발을 통해 창작된 내용의 글들이 다양하게 게시되어 있었다. 어른이나 아이나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짧은 글이어서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반대편의 벚꽃 길을 벗어나자 독립운동가 이육사의 ‘광야’시비를 만날 수 있었다.

사실 이육사 시비들은 47년 전, 안동댐이 되기 전에는 낙동강 훨씬 더 아래쪽 강변에 있었다. 복원된 영호루 맞은편 강둑 모래사장 가까이 ‘청포도’를 비롯하여 다수의 작품비가 설치되어 그 길을 걷노라면 운치가 있었다.

월영교를 걷고 나오면서 법흥사지 칠층 전탑을 보았다. 이 탑은 통일신라시대 세워진 탑으로 국보 제16호이다. 높이가 17m로 한국 최대의 전(벽돌)탑이다.

그런데 이 탑은 보면 볼수록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일제 강점기 때 중앙선 철도를 법흥사지 가운데로 놓으면서 칠층 전탑 보수를 한다고 시멘트로 기단부분을 아무렇게나 발라놓은 모습이 굉장히 흉물스러웠다. 단층 평면 기단에도 돋을새김으로 된 여러 바탕 돌들이 순서가 뒤죽박죽으로 놓인 것이 눈에 거슬렸다. 또 남면엔 불상을 놓았던 감실이 있었는데 계단 역시 방치되어 있었다. 그냥 쳐다보기만 해도 이층, 삼층탑에서 곧 떨어질 것만 같은 몇 장 안 되는 기와지붕은 보기만 해도 아찔했다. 현재도 중앙선 기차가 하루에도 수십 번 오가면서 법흥사지 칠층 전탑은 흔들리고 기울어져 가고 있었다.

법흥사지 옆에는 종택이 의연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아마 조선시대의 숭유억불정책으로 폐사가 된 법흥사지 부근에 양반들이 번듯한 종택을 지었으리라. 옛날 박효수 묵객은 법흥사에 대하여 ‘이 절에 오르면 황홀하여 공중에 있는 것 같다. 호수에 날이 개니 가늘게 밝은 자태를 희롱한다’했다. 이 절의 빼어난 풍광을 읊었다.

현재 우리의 국력은 많이 신장됐다. 그런데 문화재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형편에 안타까움이 앞선다. 만약 외국인들이 이러한 모습을 보기라도 한다면 대단히 부끄럽고 참괴하리라.

법흥사지 칠층 전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보물 제182호인 임청각이 있었다. 원래 99칸의 집이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50여 칸만 남아 있었다.

퇴계 이황이 ‘동쪽 언덕에 올라 길게 휘파람 불고, 맑은 시냇가에서 시를 짓기도 하노라’라는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따와 친필로 ‘임청각(臨淸閣)’이라고 썼다고 한다.

안채에 들어서니 기둥에 명심보감에 나오는 ‘황금만영(黃金滿瀛)’, ‘불여교자(不如敎子)’라는 글귀가 금방 쓴 듯 눈에 쏙 들어왔다. ‘황금이 상자에 가득 차 있다고 해도, 자식을 가르치는 것보다 못하다.’는 뜻이다. 원래 이글은 한서에 나오는 말이다. 또 ‘자식에게 천금을 물러주는 것보다도, 자식에게 올바른 인품 한 가지를 가르치는 것만 같지 못하다’는 내용이 나온다.

임청각은 독립 운동가이며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국무령을 지낸 이상룡의 생가다. 삼대에 걸쳐 독립 운동가를 배출한 집이지만 현재는 중앙선 열차가 다니는 길옆이라 시끄럽고 관리가 어렵다고 한다. 문화재의 관리가 허술함을 재삼 느끼고 마음이 허허로웠다.

마침 시장을 보고 온 중년 여인이 있어 살피고 있는데, 구석진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은 풍수지리에 의해 삼정승이 태어난 방이라고 했다. 하나의 예언으로 여기기 전에 이상룡의 후손들은 자식에게 경서하나라도 가르치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자식에게 인성을 닦는 마음으로 대대로 내려온 듯했다.

시간을 내 안동대 박물관을 탐방할 생각이다. 이응태 무덤에서 나온 ‘원이 엄마’ 한글편지와 미투리를 직접 보고 ‘사랑과 영혼의 환생’을 배우고 싶기 때문이다. 더위를 피하는 방법, 문화탐방도 한 방법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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