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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고

‘묵시적인 …’의 명제

기사전송 2017-08-30, 21: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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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학교 교장
# 필자가 초임교사 시절 연구수업을 할 때였다. 그 당시에는 수업연구라 하지 않고 연구수업이라 했다. 교육청에서 장학사와 이웃학교에서 교감선생님이 참석했고 교내 선생님들이 몇 분 들어왔다.

‘무식이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별 두려움도 없이 칠판에 ‘단원명’만 적고 수업을 시작하였다. ‘교육학개론’을 배울 때 ‘수업목표는 구체적인 성취목표로 진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배웠다. 그런데 수업목표 진술도 없이 강의식으로 혼자만 신명나게 교사중심 수업이 되었다.

수업 후 평가를 하는데 참관한 장학사가 “수업목표 제시는 명시적으로 제시하는 방법과 묵시적으로 제시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지도교사는 목표 제시를 ‘묵시적인 방법’으로 제시하고 수업을 잘 이끌어갔습니다.”하고 칭찬을 하였다. 아마 장학사는 눈에 보이는 단점보다도 초임교사의 사기를 북돋워주고 싶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그 장학사가 존경스럽다.

인성, 가치관, 예·체능에 따른 교과의 수업목표 제시는 포괄적으로 하여야 한다. 지금은 교사 중심의 수업목표가 아니라 학생들을 중심으로 하는 ‘학습목표’를 칠판에 게시한다. 그래서 교수·학습안 보다는 학습·지도안이 더 많이 쓰이는 것도 학생중심이기 때문이리라.

아무튼 묵시적이라는 말은 직접적인 말이나 행동이 아니다. 그렇지만 은연중에 상대방이 알도록 하는 것이다. 교사는 수업목표를 묵시적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불교의 이심전심이나 기독교의 묵시는 좋은 본보기이다.

# 언론에 보면 ‘묵시적 청탁’에 대하여 법조계에선 논란이 많다고 한다. 삼성 이재용부회장 선고에 따른 내용 때문이다.

재판부의 판결문에서 ‘대통령이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지원이 미흡하면 강하게 질책하고, 지원 후에는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면 이것은 ‘공모’의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이 있었고, 승계하려고 ‘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판단했다. 즉 재판부는 삼성 이재용부회장이 포괄적으로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봤다. 법조계에선 이것은 두루뭉술한 단어들이다. 이 부분을 지적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신문을 읽고 필자의 교사시절 ‘묵시적인 …’의 명제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보았다. 어느 것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가리는 일은 어렵다. 교직에 있으면서 학습목표 제시에만 그런 방법이 있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학습목표의 묵시적 제시 방법이 학생에게 어느 정도 학습되었는지 결과를 알아보는 방법은 평가를 하면 된다.

# 하루는 궁예가 왕건을 불러 넌지시 물었다. “왕건 아우, 자네가 사람들을 불러 모아 반란을 계획하고 있다는데 그 말이 사실인가?”

왕건은 궁예의 한 쪽 눈에서 살기가 일어나는 것 같아서 온 몸에 전율이 일어나며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왕건은 흠칫하며 “폐하, 아닙니다. 사실이 절대 아닙니다. 누가 잘못 전한 것입니다.”하고 변명하였다. 그러자 궁예는 더욱 눈길을 날카롭게 하여 왕건을 쏘아보며 곧 칼을 빼어들어 죽일듯한 자세를 취하였다. 그 때 왕건의 곁을 지키던 부하 장수가 왕건에게 귓속말로 “장군, 그렇다고 시인하십시오.”하였다. 그 말을 들은 왕건은 곧 “폐하, 소인이 반란을 계획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 몸을 죽여주십시오. 폐하의 관심법을 어찌 속이겠습니까?”하였다.

왕건의 말을 들은 궁예는 갑자기 껄껄 호탕하게 웃으며 “그래, 그렇지. 왕건은 정말 내 아우네! 정말로 내 아우야!‘하며 만족해하였다.

왕건의 부드러움이 다툼을 없앴고 그것이 능히 궁예의 강함을 제어할 수 있었다.

성호 이익도 우리나라를 본래 인정이 많은 나라 ‘인정국(人情國)’이라 하였다. 이는 큰일이나 작은 일이나 뇌물을 주어야 일이 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 하였다. 인정국은 뇌물이 성행하는 나라라는 뜻이다. 지난날의 역사적 사실을 거울로 삼을만한 것들엔 어떤 것들이 있을지 고개가 갸웃해진다.

노자도 ‘청정천하정(淸靜天下正)’이라 하였다. ‘맑고 고요함이 천하의 바름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청정(淸靜)’을 은연중에 알게 된다면 묵시적일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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