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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같은 할아버지가 계신다면 어떤가? - <오른발 왼발>

기사전송 2017-08-31, 21: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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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경 하브루타 도서관 관장
문화센터에 가면 일하는 엄마들을 대신하여 할머니들이 손주의 손을 잡고 오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오후 4시쯤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주를 받기 위해 유치원차를 기다리는 모습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보건소나 마을기관에서는 ‘베이비 씨터 교육’이나 ‘손주사랑교실’이란 이름으로 교육도 실시된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 초보 할머니·할아버지들에게 올바른 육아정보를 제공하고, 양육에 대한 자신감을 주어 가족 세대간 갈등을 해소해 올바른 가족문화를 형성하고자 노력함이다. 대가족이 붕괴되었다지만 손주를 지키기 위한 조부모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시대라고 할까.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손주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각별하다.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가운 것이 손주다!’ 라고 하시면서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 혹은 ‘가고나면 또 보고 싶어 눈에 삼삼하다.’라는 표현으로 애정을 표현하신다. ‘자식 사랑보다 더 깊은 것’이 손주사랑이란다. 자식에게는 엄하기만 한 아버지도 손주에겐 한없이 너그럽다. 며느리에겐 깐깐하셨지만 손주 며느리에겐 한없이 자애롭고 인정 많은 시할아버지도 계신다. 나의 경우도 그랬다. 우리 시할아버지는 정갈하고 부지런하시며 정말 손주 며느리를 배려하는 멋진 분이셨다. 며느리 셋을 호되게 시집을 살리셨다는 시어머님의 말이 믿기질 않을 정도로.

아이에게 친구와 같은 할아버지가 계신다면 어떤가? 인생에서 참으로 행운일 것이다. 할아버지와 손자와의 우정이란 얼마나 감동적이고 아름다운지를 보여주는 책이 있다. 토미 드 파울라의 <오른발, 왼발> 이야기다. 갓난아기가 태어난다. 할아버지는 아기의 탄생을 기뻐하며 자기의 이름을 딴 ‘보비’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리고 걸음마를 가르쳐 준다. “오른발, 왼발.” 할아버지는 보비와 많은 놀이와 추억을 만들며 틈만 나면 보비를 무릎에 앉히고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보비는 “할아버지, 나한테 어떻게 걸음마를 가르쳤는지 얘기 해 줘요.”라며 졸라대곤 한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난 네 작은 손을 이렇게 잡고, 말했단다. ‘오른발 왼발. 따라해 보거라.’라고 말이야.”라고 친절히 대답해 준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뇌졸중에 걸리고 요양원에서 지내시게 된다. 팔다리는 물론 아무도 알아보시지 못한다는 것. 할아버지가 조금 나아 다시 집으로 돌아오셨지만 옛날의 모습이 아니다. 계속 침대에만 누워 계신다. 보비는 자신을 향해 이상한 소리를 내는 할아버지가 무서워 도망치지만 다시 가서 사과를 하고 묻는다. “내가 누군지 알아요?” 할아버지가 말은 못하지만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고 보비는 생각한다. 그 후 보비는 할아버지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블록 쌓기를 하고 할아버지가 보비에게 주셨던 모든 사랑을 다시 되돌려 드린다. 할아버지에게 말을 가르치고, 진지 드시는 것도 도와드리고, 생각을 되살리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 그리고 “오른발 왼발” 걷기 연습도 해 드린다. 보비의 사랑은 결국 할아버지를 건강하게 회복시키게 된다.

아기를 출산하고 나면 축하하러 온 사람들이 돌아가며 아기를 안아본다. 친정어머니의 경우 산모의 몸을 걱정하며 한동안 아기를 돌봐 주신다. 원숭이, 침팬지들이 유독 아기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모습과 다르다. 이것은 다른 유인원보다 두뇌가 더 무겁고, 더 일찍 태어나고, 성장기가 더 길고, 출산 간격은 오히려 더 짧아서 어머니 혼자서 키우기에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엄마의 역할을 대행 해 줄 사람을 자녀 돌보기에 동참하는 방향으로 인류가 진화해 왔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한 이유다.

유대인들은 “내가 하루라도 더 살고 싶은 이유는 세계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는데 조금이라도 더 기여하고 싶어서이다.”라고 한다. 세대를 넘어 우정을 쌓아 보는 일은 어떤가? 할아버지와 보비의 우정이 해질녘 집집마다 켜지는 빠알간 전등불처럼 따스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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