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24일 금요일    단기 4350년 음력 10월7일(乙卯)
오피니언기고

김사윤의 시선(詩選)

기사전송 2017-10-24, 21:43:37
독자한마디 폰트 키우기폰트 줄이기 프린트 싸이로그 구글
연못 에밀레손택수
clip20171024074739
손택수




연꽃잎 위에 비가 내리친다

에밀레 종신에 새겨진 연꽃을

당목이 치듯, 가라앉은

물결을 고랑고랑 일으켜세우며 간다

수심을 헤아릴 길 없는, 끔찍하게 고요한

저 연못도 일찍이 애 하나를 삼켜버렸다

애 하나를 삼키고선 단 한번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다.

어린 내가 아침마다 밥 얻으러 오던

미친 여자에게 던지던 돌멩이처럼

비가 칠 때마다 연꽃

꾹 참은 아픔이 수면 위로 퍼져나간다

당목이 종신에 닿은 순간 종도

저처럼 연하게 풀어져 떨고 있었을까

에밀레 에밀레 산발한 바람이

수면에 닿았다 튀어오른

빗줄기를 뒤로 힘껏 잡아당겼다.



◇손택수=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호랑이 발자국』, 『목련전차』외 다수
 2011년 제43회 한국시인협회 젊은 시인상 수상



<감상> 넓은 연꽃잎 위에 떨어지는 빗줄기들을 종을 치는 당목에 비유한 시인의 눈이 날카롭다. 특히 잔잔한 물결을 내려치는 빗줄기들이 ‘고랑고랑’ 일으켜 세운다고 표현을 한다. 의식의 자각, 사물의 재해석이 돋보이는데, 여기에서 우리는 슬픔의 한 결을 보며 공감할 수밖에 없다. 에밀레종에 얽힌 전설과 맞물려 한 아이를 삼킨 연못이 함께 죄를 짓고 서로 마주하며 가슴을 치는 데, 시인의 양심이 동참을 한다. 어린 시절에 밥 얻으러 온 정신이 온전치 못한 여인에게 돌팔매질을 하던 ‘나’도 속죄할 그 무엇이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김사윤(시인)-
독자한마디 폰트 키우기폰트 줄이기 프린트 요즘 싸이로그 구글
제9회 경주관광해변가요축제
2016포항해변전국가요제
<이명철 교수의 맛기행>
 월남쌈 전문점 '쌈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