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도 믿지 못하면 이젠 누굴 믿어야하나
부모도 믿지 못하면 이젠 누굴 믿어야하나
  • 승인 2016.03.1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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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사복)
박주희 성주경찰서
수사과 경장
지난 4일 평택의 한 초등학교가 입학 예정이던 아이 한 명이 나타나지 않고 실종됐던 신원영 군이 계모의 모진 학대와 친부의 방조로 인해 숨진 채 발견되었다. 또 일곱 살 소녀가 굶주림과 폭행 등 학대를 못 견뎌 맨발로 집을 탈출하고, 초등학생이 부모의 폭행으로 숨진 뒤 냉동상태로 발견됐으며, 친부와 계모의 구타로 사망한 여중생이 11개월을 냉동상태로 방치됐다 미라로 발견되는 등 잇단 아동 학대 사건으로 온 나라가 아동학대에 비상이 걸린 듯하다.

경찰조사 결과에 따른 이들 부부의 범행은 상상을 초월한다. 신 군의 계모인 김 씨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평택 어딘가에 버리고 왔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빌라 주차장에서 이들 부부가 차량에 신 군의 시신을 유기하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되어 범행 일체가 밝혀지게 되었다. 김 씨는 원영 군이 소변을 잘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욕실에 감금한 채 때리거나 무릎을 꿇게 하고 추운 날씨에 옷을 벗겨 찬물을 끼얹고는 욕실에 가둬 20시간 가량 내버려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친아버지인 신 씨도 계모의 오랜 학대를 알고 있었지만 이를 방조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 부부는 원영 군이 사망하자 그 시신을 베란다에 열흘간 방치하다 지난달 12일 밤 야산에 묻었으며, 이후 “아이가 잘 있다”며 거짓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가 하면 초등학생용 책가방을 사는 등 원영 군의 죽음을 은폐하려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충격을 주고 있다.

신 군의 부검결과 굶주림, 다발성 피하출혈, 저체온 등이 사인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아이가 얼마나 끔찍한 고통을 겪었을지 알 수 있다. 이번 사건이 특히 안타까운 것은 원영이의 학대 사실을 3년 전에 알고도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점이다. 2013년 지역아동센터 직원이 추운 날씨에도 얇은 옷을 걸치고 있던 원영이를 보며 의아해하던 중 종아리와 허벅지 등에서 멍든 회초리 자국이 발견되었다. 학대 사실을 알고 아이를 보호시설에 위탁하려 했으나 이를 친부가 거부 하였고, 학대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집을 방문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고 하니 얼마나 아동에 대한 사회적 안전장치가 허술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경찰과 교육부는 지난 14일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매뉴얼을 만들고 경찰청은 아동학대 전담 경찰관을 1050명으로 늘리겠다는 방안을 내놨으며,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22일 ‘미취학 및 무단결석 등 관리·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배포했다.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입학하지 않거나 무단결석했는데도 3일 이상 아동 안전이 확인되지 않으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교육부는 여기에 유치원에 적용할 무단결석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18일 부총리 주재로 열리는 사회관계장관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며 16일까지 시도교육청이 파악한 신학기 미취학, 무단결석 아동 현황도 파악중이다.경기도의 경우 의료기록이 한 차례도 없는 도내 만 4~6세 아동들을 대상으로 학대 여부를 직접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는 특례법 제정으로 부모의 학대사실이 확인되면 가해 부모와 아이를 분리할 수 있고, 경찰, 지자체,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도 전수조사 등을 비롯한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시스템을 정비중이다.

하지만, 각종 대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더 많은 사람이 아동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피해 사실을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제도와 정책의 마련만으로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대신할 수 있다고 안심할 수 없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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