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라는 단어가 사라질 날을 기다리며 …
‘아동학대’라는 단어가 사라질 날을 기다리며 …
  • 승인 2016.03.1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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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우증명사진
조현우 수성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경
학대를 당한 아이가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소식에 전 국민이 공분하고 있다. 아동에 대한 학대는 피해자의 방어수단을 전혀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보호의무가 있는 어른으로부터 오히려 피해를 당한다는 면에서 그 어떤 범죄보다 더 파렴치하다.

대다수 아동학대는 가정 내부의 일로 숨기고 교육의 목적이라는 명분으로 변명하지만 가정 내 학대문제는 더 이상 해당 가정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구성원 전체가 관심을 가지고 근절해야만 하는 끔찍한 범죄이다.

아동학대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아동에 대한 가혹한 체벌이나 폭력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아동학대의 정확한 정의는 비단 아동에 대한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정서적 폭력과 방임까지 포함된다.

즉 아동에게 아픈 상처를 주는 언어적 폭력이나 제대로 된 보호에서 방치되게 하는 것도 엄밀히 말하면 학대에 해당한다. 우리 어른들이 무심히 뱉는 말 한마디, 무심히 하는 행동하나가 학대의 첫걸음일 수 있음을 냉정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가정폭력에 대한 많은 연구들은 가정 내 폭력이나 아동에 대한 학대는 대대로 되물림 된다고 지적한다. 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 만나게 된 한 아이에 대한 특별한 경험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아이는 자신이 당한 피해에 너무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마치 자신이 당한 학대행위가 일상적이어서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학대와 폭력은 아이에게 흡수되어 그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왜곡된 성향으로 이어지고 또 그 다음 세대로 계속 되풀이 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특히 우리사회는 전통적으로 장유유서와 가부장적 문화로 대변되는 유교적 위계질서 문화가 근저에 자리하고 있어 아동을 가르침의 대상, 부모의 소유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문화가 부족한 실정이다.

어른들의 무심한 말 한마디, 폭력적 행동 하나하나가 아이들에게 전해져 대대로 대물림된다면 우리사회에서 학대라는 끔찍한 범죄의 악령은 영영 지울 수 없다. 아동학대 근절은 어른들이 먼저 아이들의 인권을 생각하고 스스로 실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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