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24일 수요일    단기 4351년 음력 12월8일(丙辰)
  • 속병
    봄이 오는 소리/ 그 소리 듣고 계시나요 봄은/ 여느 길로 오시나요 눈으로/ 귀로/ 아니 입말 탄성으로 오고 계시나요 저는 종일 애만 태우고 있습니다 혹여,/ 혹여/ 가슴까지 내밀면서/ 봄은 남몰래..
    01-23 21:38
  • 화분
    봄날 보랏빛 수국과 무늬오가피 나무를 샀다 베란다 한쪽에 자리를 만들어 주고 날마다 들여다본다 화원안에서 마음껏 피워내던 잎들이 주먹만하게 피던 꽃들이 왜 내 집에 와서는 손톱만해질까 화분이 작아..
    01-22 21:14
  • 하늘은 몸을 불려 당신을 토하고 붉은 진동은 심장에 불을 당기고 쌈쌈이 엮은 삼층 돛단배 항해로 몸부림 질 쳐 미소가 더 할수록 한 층 더 차가움 뿜어 탐나게 잘 팔리는 당신은 펑 흩어져 쏟아지는..
    01-21 20:54
  • 만남
    보현산 적신 물방울 안덕으로 흘러 와 방호정 벼랑에 닿으면 옛 선비들의 드높던 기상 머금고 흰 돌 여울 찬란한 백석탄으로 흘러가는 고향땅 우리의 안덕이여 코흘리개 친구들아 알고 있겠지 초등학교 입학..
    01-18 21:02
  • 난 잘못이 없는데
    늙어 불빛을 쬐듯 장만해 둔 상가 재계약일 낡은 새시 수리 교체를 두고 임차인과 의견조율이 안 맞아 신경전을 벌이는데 곁에 있는 4살 먹은 딸아이가 “우리 아빠에게 뭐라하지 마세요” 하며 으앙 울음..
    01-17 21:16
  • 갱년기
    숙성을 넘어서 온몸에 검버섯 핀 몇 개 남은 바나나 냉장고에 들어가지 못해 늙어서 쪼글거리는 사과 몇 알 용케도 버티어준 내 젊음을 같이 썰어, 건조기에 넣었다 그들은 밤새도록 납작 엎드려 물기가..
    01-16 21:22
  • 늙은 시인의 독백
    낮 을 땅속에 묻고 /끈질기게 파닥이는 밤의 보챔을 /받아 들인다 /밤은 침묵의 가시를 쓴 채 /달콤한 어휘로 긍정을 캐내고 있다 봄은 교만으로 세상을 뒤 엎으려 하고 /나는 아직 봄꽃에 기대어 /..
    01-15 21:00
  • 나비그림에 쓰다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것은 다 꽃길이라 믿었던 시절 득음한 꽃들의 아우성에 나도 한 때 꽃을 사모하였다 꽃을 사모하니 저절로 날개가 돋아 꽃 안의 일도 꽃 밖의 일도 두근거리는 중심이 되었다 꽃..
    01-14 20:54
  • 수련
    너무 고와 울고 싶어라 호올로 이파리 위에 흘린 그리움의 방울방울 청록색 아련함을 자아내는 그녀의 자태 함초롬히 머금은 순수함마저 바람결에 흔들린다 조국의 전쟁을 넘나드는 슬픔이 녹아내리고 나라..
    01-11 21:19
  • 단풍들듯 물이 든다
    시월이 되니 단풍잎 물들듯 /너도 물들고 나도 물들며 /행복도 물들고 즐거움도 물들어간다 따끈 거리는 햇살도 물들고 /들판에 노랗게 익은 나락도 물들며 /길가 풀 섶도 물이 들어간다 파란 하늘도..
    01-10 21:30
  • 가뭄
    손목이 아프다 빗방울이 갈라진 땅을 후려치듯 손가락마디가 쑤시고 끈어질 듯 아프다 긴 가뭄에 땅은 거북이 등껍질을 보이고 홀로 남겨진 나무배는 방향을 잃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네 내 손등의 주름..
    01-09 21:06
  • 잡초
    나는 너를 끌어내야 하고 너는 나를 밀어내야 하네 땅속 깊이 파고들어 잔뿌리 늘리고 사정없이 넓혀가는 바랭이들의 질주 늘어진 머리칼 한 움큼 잡고 뿌리 채 뽑으려 힘주어 보지만 한 치 양보 없는..
    01-08 21:29
  • 그런 날 있잖아요
    있잖아요 아무런 이유 없이 외롭다 느껴지는 그런 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데 왜? 왜냐고 다그치면 더욱 슬퍼지는 그런 날 있잖아요 그냥 아무말 없이 눈물 흘리 때 묻지 말고 마음으로 함께해 줄..
    01-07 20:50
  • 피안(彼岸)
    아스팔트 도로위에서 잡초우거진 그곳을 꿈꾼다 /그곳은 누구나 평화주의자 불성으로 충만해지는 곳 /쿵쿵 지구바닥까지 내 걸음을 알린다 지나던 미물조차도 내 발길에 채이지 말기를 /오디 처녀가 마음대..
    01-04 21:40
  • 그들은 다 어디로 갔나
    그늘이 질 무렵 문학 동아리 홍등가를 써대던 여드름처럼 느물터진 곱슬머리 선배 군 행군 시 여성 생리대가 최고라고 낙서 같은 시를 써놓았던 자치방 앉은뱅이 책상처럼 낡은 멋이 나던 장발 선배 그들은..
    01-03 21:42
  • 건반위의 인생
    내 안의 두려움을 하나하나 포개서 쌓으면 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어른이라는 명목 하에 행하는 수많은 채찍질은 고작 힘내라는 도돌이표다 누구나 쉽게 하는 말, 힘내라는 말 힘내어서 두드린다..
    01-02 21:04
  • 기도
    겨울햇살 가득한 송정해변 살며시 다가온 파도 간간히 백사장을 애무하는데 겨울해변은 사랑으로 뜨겁구나 늠름한 미소 피어나는 수줍음 싱그러운 순애(純愛) 청춘의 표정은 얼마나 해맑은가 파도도 하얀 미소..
    01-01 18:55
  • 서러운 가을
    오색찬란한 가을/눈부시게 화려한 가을/하지만 그 모두는 종착역 생동의 마침을 예고 받고/본래의 생명력을 잃으며 본색을 몽땅 말살해 가는/사형선고의 통보이리라 그나마 튼실했던 근육질/탄력 있던..
    12-28 17:50
  • 비 오는 날의 허탕
    1. 헝클어져 헝클어져라 머리칼마다 뚝뚝 떨어져 내리는 검푸른 원망들은 와이셔츠로 스며들며 진득거려라 올올히 진득거리는 내 안에 원망들 분노의 폭탄으로 회오리쳐 땀에 절인 가방 초조히 만지작거려라..
    12-27 21:25
  • 눈물
    비가 오지도 않은데 돌아서는 걸음은 추적추적 다리에 치마가 감겼다 눈에도 벽이 서든가 눈에 서서 자라는 벽, 앞이 흐릿하다 행로의 변경은 필수불가결 마음이 물처럼 스며들어 작은 바람 한 조각 물결로..
    12-2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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