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밥상 앞의 잔소리에
숟가락을 팽개치고
버럭 출근한 그 남자
그 남자의 구겨진 바지를 다린다
펄펄 끓던 다리미는
온도를 올려도 좀처럼
구김이 펴지지 않는다
잘못 다려서 생긴 두 줄의 평행선
날카롭고 긴 칼날을 세워
살얼음 위를 걷는 나를 찌른다
바지에 쓰러진 나
온도를 찾지 못하는 다리미 아래
누렇게 눌어붙는다
바지는 눌어붙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옷걸이에 가서 비스듬히 걸린다
상처다
아침 밥상을 엎어버린 나도
숟가락을 팽개친 남편도
쓰라리긴 마찬가지다
▷▶박연실. 아호: 난향. 1962년 경남 창녕, 문병란 시인에게 師事. 한국시민문학협회 정회원, 낙동강문학 시 부분 신인상 수상.
<해설> 잘못 다린 바지에 생긴 엇나간 줄은 깨끗이 수정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에 남은 앙금은 쉬 지워지지 않는다. 바지 또는 마음은 상대에게 바라는 마음이 있기에 상처도 생긴다. 관심이 없으면 마음에 절대로 앙금이 생기는 않는다. 상처는 곧 관심이고, 관심은 사랑과 동질성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