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파도타기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시답잖던 그것이
천지를 물결치듯 지나간다
할미꽃 제비꽃
목련 매화
벚꽃
그들이 휩쓸고 간 빈자리로
꽃잎 비처럼 내리더니
오늘은
산마다 진달래가 실성한 듯 웃고 있다
혼자서 피다 진 저 동백
아직 마르지 않은 선혈 자욱위로
사월의 꼬장한 햇살 기억의 비늘을 털고 있다
▷▶박종하 필명: 덕산 1952년 대구생. 1976년 동인지 맷돌에 시를 발표함으로서 문학활동을 시작함. 1980년 석간수 문학동인, 2006년 낙동강문학 창간호 동인, 현)낙동강문학 작품심사위원장, 현)한국시민문학협회 고문, 시집: 어느 꿈결 같은 세월의 오후, 세월.
<해설> 봄꽃이 비처럼 여겨지는 것은 그것들이 일제히 피었다. 일제히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봄꽃은 그리해야 생존할 만큼 처절한 사연이 있다. 다만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동백꽃은 다만 눈물처럼 뚝뚝 떨어진다. -김연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