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산이 깊은 숨을 쉰다
저 소나무는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고
나는 산새처럼 귀 기울인다.
누가 내 뒤를 슬프게 바라보는가
저 산이 기침을 하며
나는 언제나 쉰 호흡을 한다
바람이 조용히 나를 쓸며
그늘이 내 발아래 찰랑거려도
산은 움쩍하지 않고
조용히 타일러기만 한다
바람이 옷깃을 펄럭여도
그늘 가까이에 나는 서 있다
계곡물이 왜 맑아야 하는지를
저 산은 안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유마저도
저 산은 안다
그러나 나는 모른다
왜 모르지
하늘의 이치라서
▷▶제왕국 1957년 경남 통영, 현) 수향수필문학회 회장, 한국문인협회회원, 현) 한국시민문학협회 자문위원, 시집:「나의 빛깔」
<해설> 그는 알고 있다. 산이 말하고자 하는 언어들을. 세상사람들이 미처 듣지 못하는 그들의 외침을 그는 알고 있지만 모른다고 한다. 역설이다. 그래서 더 강렬한 외침으로 다가온다. -김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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