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고추잠자리가 되고 싶어요.
푸른 가을 하늘 누비며
오르락내리락 마음껏 곡예하는
고추잠자리가 되고 싶어요.
가을엔 갈대가 되고 싶어요.
고요한 강물 한 움큼 퍼내어
마음 적시고 흔들리는
갈대가 되고 싶어요.
가을엔 바람이고 싶어요.
이름 없는 작은 들꽃에게
부드러운 숨결로 속삭이는
바람이 되고 싶어요.
가을엔
가을엔 허수아비가 되고 싶어요.
그대 떠난 빈들에 서서
구멍 난 밀짚모자 눌러쓰고
양팔 벌려 하루 종일 서 있대도
기다림이 그저 행복한
허수아비가 되고 싶어요.
▷▶이정선 1962년 경북 경주生, 대구문인협회 회원, 한국수필낭송문학회 회원, 한국시민문학협회 부회장 역임, 낙동강문학 동시부문 심사위원 역임, 現) 낙동강문학사 문학연구위원.
<해설> 가을엔 급할 것이 하나도 없다. 이미 우리가 다가가야 할
곳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내 것을 다 내어주어도, 내가 홀로 되어도 결코 외롭지 않은 이 들판에 가을이 다가오면 그래서 한없이 행복하다. -김연창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