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국물은
빛이 닿지 않는 구석에서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 길게
이불을 덮어 썼던
메주 알갱이들이 둥둥 떠다니는
어머니의 살 냄새 같은 것
껍진한 타향살이에
숟갈로 휘휘 젓기만 해도
이미 배부른 심정
한 술 뜨지 않아도
향으로만 마음에 차오르는 배부름
갓나자마자 인큐베이터 안 신세의
막내 덕에 맛본 비릿한 모유
부어오른 가슴을 내민 어미의
모정이 떠오르는 순간
▷▶이재안 1979년 부산 출생. 한국시민문학협회 정회원, 시인부락 동호회 회원, 통영시청 근무중.
<해설> 주말에 근무가 잦아 한동안 부산에 있는 집에 들르지 못했다. 몸이 약해져 힘이 빠지는 걸 느끼는 순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토요일 저녁 늦게 집에 도착했는데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집된장이 반찬으로 나왔다. 먹지 않아도 속이 울렁거리면서 뜨끈한 무엇이 뱃 속에 차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울컥하는 심정을 참으며 국물 한 술 넘기는데, 어릴 적, 막내가 인큐베이터 안에 있을 적, 부어오른 가슴이 아프다며, 나에게 젖을 먹으라며 내 입에 갖다댄 어머니의 달달하면서 비릿한 모유 맛이 느껴졌다. -김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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