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마실 만큼의 여유
미소마저 블랙을 닮아 간다
불빛을 등지면 향긋한 풀
바람을 통해 파도는 시간을 삼키고
한여름 밤
먹이를 찾아 헤매는
동물의 본능처럼 찌꺼기를 짠다
식어 버린 파도 짙어지는 바다
잊히지 않는 것
잊혀 가는 것
잊힌 것 모두 안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뒤뚱거리며
흘러가고 있다 흘러왔던 곳
그곳으로 돌아가
잊힌 누군가의 여유가 될 것이다
▷▶정을숙 1965년 마산産, 진해거주, 낙동강문학 창간호 동인, 낙동강문학 편집위원역임, 현) 한국시민문학협회 재정기획 부회장, 시집: 내 마음이 고장 났다(시민문학사刊)
<해설> 머그잔에 커피 한 잔 가득 채워 향을 음미할 때 그 향은 입 안에서 맴돌다 마음으로 머리로 퍼진다. 모든 잡념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블랙의 미소가 떠오를 때 우리는 다시 여유를 찾는다. 내가 아닌 너를 위한 마음으로. -김인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