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에
시월에
  • 승인 2016.07.2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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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영 시인


벌 집 같은

도심의 빌딩숲을 떠나

가을빛이 내려앉은 어린 시절의 고향을 찾아

홀로 추억 속으로의 여행을 떠나보고 싶었다



가리 마 같은 논둑길을 지나

미루나무처럼 높아만 보였던 짚단더미

주고받던 탁주 한 사발에 검게 그을린

농부의 정겨운 미소가 석양빛으로 찾아 올 때면

산그늘아래 하얗게 피어오르던 저녁연기

텅 빈 들녘에 고단한 모습으로 홀로 조는

허수아비의 정겨운 모습에 쉬어보고도 싶었다



소복이 쌓여가는 낙엽

푸른 이파리 무성하여 맘껏 제 모습을 뽐내도

아무도 바라보아주지 않는 못 생긴 모과 열매가

사립문 옆으로 풀이 죽어 있을 내 고향 시월

하얀 박 넝쿨 시름시름 앓아

갈색의 잔재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하여도

한번쯤 떠나고 싶었던 시월은

저 멀리서 손 흔들며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서하영 필명: 예인, 1966년 대전 출생

낙동강문학 창간호 신인대상 수상, 기독교뉴스 신인대상 수상

낙동강문학 편집위원역임.

현) 낙동강문학 주필

시집: 내 마음의 뜨락
<해설> 가을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계절이다. 어쩌면 저 가을 들녘에 허수아비 홀로 가을을 즐기고 있는지 모른다. 고향하늘 정원에 홀로 가을을 즐기는 계절인가보다. 누구나 때로는 시월의 계절을 안고 여행을 즐기고픈 심상은 같은가보다. -안종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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