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집 같은
도심의 빌딩숲을 떠나
가을빛이 내려앉은 어린 시절의 고향을 찾아
홀로 추억 속으로의 여행을 떠나보고 싶었다
가리 마 같은 논둑길을 지나
미루나무처럼 높아만 보였던 짚단더미
주고받던 탁주 한 사발에 검게 그을린
농부의 정겨운 미소가 석양빛으로 찾아 올 때면
산그늘아래 하얗게 피어오르던 저녁연기
텅 빈 들녘에 고단한 모습으로 홀로 조는
허수아비의 정겨운 모습에 쉬어보고도 싶었다
소복이 쌓여가는 낙엽
푸른 이파리 무성하여 맘껏 제 모습을 뽐내도
아무도 바라보아주지 않는 못 생긴 모과 열매가
사립문 옆으로 풀이 죽어 있을 내 고향 시월
하얀 박 넝쿨 시름시름 앓아
갈색의 잔재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하여도
한번쯤 떠나고 싶었던 시월은
저 멀리서 손 흔들며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서하영 필명: 예인, 1966년 대전 출생
낙동강문학 창간호 신인대상 수상, 기독교뉴스 신인대상 수상
낙동강문학 편집위원역임.
현) 낙동강문학 주필
시집: 내 마음의 뜨락
<해설> 가을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계절이다. 어쩌면 저 가을 들녘에 허수아비 홀로 가을을 즐기고 있는지 모른다. 고향하늘 정원에 홀로 가을을 즐기는 계절인가보다. 누구나 때로는 시월의 계절을 안고 여행을 즐기고픈 심상은 같은가보다. -안종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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