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공허와 신경전을 벌이다
귓가에 앵앵거리는 파리 한 마리에
소갈머리 고개를 바짝 쳐든다
나뭇가지 자라는 소리, 풀 돋는 소리처럼
느낄 수 없는 스침과 허공의 소리가
한낮을 달구었던 생명체들의 아우성으로 들린다
그런 것들에 익숙해져 있는 시간
머릿속에 든 둥근 지구를 한 바퀴 다 돌고 나면
어느새 내 모습은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외계인
허공을 날아다니는 파리와도 소통하는 기막힌 내 모습
▷▶김인강 1962년 경북 상주 출생
낙동강문학 초대 편집위원장 역임
한국시민문학협회 부회장 역임. 대구작가회의 회원
2010년 대구신문 문학상 名詩 작품상 수상
現) 낙동강문학 주필 및 심사부 간사
시집:『멸치를 따다』외 다수
<해설> 현대인들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쁘게 삶을 살아간다. 삶을 너무 꽉 쥐고 놓지 않는 것이 최선의 길만은 아니다. 때론 파리처럼 가벼운 날개를 달고 정신없이 날아보는 것도 우리들을 구속하는 덧없는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다. -안종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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