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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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27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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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국 시인

찰카닥 문이 잠기는 소리/ 세상은 너무나 편하고

너무나 쉽게 이루어진다/ 리모컨 하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세상

이 속에 사는 나도 자동문처럼/ 내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한다

아파트 자동차도 버튼만 누르면 되고

결혼도 자동이다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되는/ 참 좋은 세상이다

귀찮게 외울 필요도 없다

선별된 버튼 하나면/ 온 세상이 열리고

누구에게나 연락이 가능하다/ 너무나 좋은 세상이다

누구에게 부탁할 필요도 없는/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이 생각하면 그만인 오늘

버튼 하나면 해결되는 세상에서

나는 무슨 존재로 남아

귀찮게 이런 서글픈 글을 쓰고 있나

아무 생각하지 않아도/ 자동이 다 알아서 해 주는 세상인데

무얼 이렇게 꾸물대고 있는가.

어느 날/ 자동이 나를 쫓아냈다

휴대폰도 지갑도 옷마저 홀랑 벗겨버린 채로

나를 문밖에 세워놓고/ 뉘네, 알아서 살라 한다

난장에 버려진 몸이 되어/ 자동을 욕해보지만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

빈 몸으로 수동을 생각한다

수동이 그립다

열쇠로 열 수 있는 세상

울 할머니가 웃고 살았던 그 시절이
▷▶ 제왕국 1957년 경남 통영, 현) 수향수필문학회 회장, 한국문인협회회원, 현) 한국시민문학협회 자문위원, 시집:「나의 빛깔」
<해설> 현대인은 디지털에 익숙해져 복잡성은 염증과 피곤을 느낄 뿐이다. 인간 세상이 이루어 놓은 눈부신 조바심은 자동으로 연결 되었지만 낡은 서정이 그리운 것은 중년만이 그리워할까? -안종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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