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카닥 문이 잠기는 소리/ 세상은 너무나 편하고
너무나 쉽게 이루어진다/ 리모컨 하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세상
이 속에 사는 나도 자동문처럼/ 내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한다
아파트 자동차도 버튼만 누르면 되고
결혼도 자동이다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되는/ 참 좋은 세상이다
귀찮게 외울 필요도 없다
선별된 버튼 하나면/ 온 세상이 열리고
누구에게나 연락이 가능하다/ 너무나 좋은 세상이다
누구에게 부탁할 필요도 없는/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이 생각하면 그만인 오늘
버튼 하나면 해결되는 세상에서
나는 무슨 존재로 남아
귀찮게 이런 서글픈 글을 쓰고 있나
아무 생각하지 않아도/ 자동이 다 알아서 해 주는 세상인데
무얼 이렇게 꾸물대고 있는가.
어느 날/ 자동이 나를 쫓아냈다
휴대폰도 지갑도 옷마저 홀랑 벗겨버린 채로
나를 문밖에 세워놓고/ 뉘네, 알아서 살라 한다
난장에 버려진 몸이 되어/ 자동을 욕해보지만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
빈 몸으로 수동을 생각한다
수동이 그립다
열쇠로 열 수 있는 세상
울 할머니가 웃고 살았던 그 시절이
▷▶ 제왕국 1957년 경남 통영, 현) 수향수필문학회 회장, 한국문인협회회원, 현) 한국시민문학협회 자문위원, 시집:「나의 빛깔」
<해설> 현대인은 디지털에 익숙해져 복잡성은 염증과 피곤을 느낄 뿐이다. 인간 세상이 이루어 놓은 눈부신 조바심은 자동으로 연결 되었지만 낡은 서정이 그리운 것은 중년만이 그리워할까? -안종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