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몰락
달의 몰락
  • 승인 2016.08.03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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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하 시인


달이 높갑게 돋았으나

쳐다 볼 줄 모른다

달보다 높은 성채에

달보다 밝은 불을 지녔으니

그까짓 것이 무슨 소용 있으랴



제 땅에서 쫒겨나와

벼랑위에 다닥다닥 세워 올린 가건물 동네에는

빌라트의 날카로운 지붕에 부딪쳐 조각난 달조차

데모꾼들의 신호처럼 수시로 눈을 돌려 버린다

일사불란하게 연탄을 갈거나

사각 나무의자에 걸터앉아 아령을 들거나

변비기 있는 주인집 아가씨가 들어앉은 화장실 앞에서

신문지를 말아 들고 베베 몸을 꼬기도 한다



하기야 사람들은

달이 네모면 어떻고

세모면 어떨까

어차피 회수불능으로 구겨진

세월위에

너댓마리 굽는 꽁치연기만 매웁다
▷▶박종하 1952년 대구 생.

1976년 동인지 맷돌에 시를 발표함으로서 문학 활동을 시작함

1980년 석간수 문학동인, 2006년 낙동강문학 창간호 동인

現)낙동강문학 작품심사위원장, 現)한국시민문학협회 고문

시집: 어느 꿈결 같은 세월의 오후, 세월
<해설> 한 때는 달을 보며 상상력을 키우기도 하고 기도도 올렸다. 우리들의 애닯은 삶을 받아줄 이는 말없는 저 달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도 이제 지쳤는지 부서지는 자신을 주체할 수 없다. 달은 희망이요, 소망할 수 있는 유일이었지만 한 숨 쉬며 내뿜은 연기를 없애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김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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